매경칼럼

[김세형 칼럼] 정치의 매스컴 악용과 언론재갈법

입력 2021/09/15 00:07
선거철 미니매체 괴담 제보
정치가 가짜뉴스 폭탄 노릇
문대통령 언론 경시도 한몫
현정치권 재갈법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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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버스의 폭로(9월 2일) 하나로 정치권이 '가짜뉴스'를 폭포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고발 사주' 서류를 보냈는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개입했는지 아직 확인된 게 하나도 없다. 그 중간에서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조성은과 박지원 국정원장의 진짜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그럼에도 여당은 윤 전 총장이 짜고 한 것으로 단정하고 후보 사퇴를 하란 말을 거침없이 한다.

선거철만 되면 교묘한 정치공작으로 심지어 대통령이 바뀌고 그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보는 국민은 이제 신물이 난다. 더더욱 교묘한 것은 대선, 총선철에 정치공작으로 써먹는 언론은 1인 미디어나 유튜브 등 이번 언론중재법 규제 대상을 벗어나 있다는 사실이다.


2002년 김대업 병풍사건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김대업이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 병역 면제를 위해 비리를 저질렀다는 제보로 시작됐다. 초미니 매체를 동원해 폭탄을 투척하면 그다음 날부터는 공중파 TV, 주류 언론이 사실 확인을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린다.

지금 뉴스버스 폭로 이후도 판박이다. 이회창 후보는 병풍사건으로 2.3% 간발의 차이로 패배했는데 나중에 증거로 제시한 비디오 사진을 보니 2년이나 후에 찍은 것으로 드러난 철저한 사기였다. 김대업은 "대선판에 죽기 살기로 싸웠다"고 뻔뻔하게 말했다.

뉴스버스 폭로전에도 죽기 살기로 싸우는 전사가 숨어 있는지 모르겠다. 등장인물은 손준성, 김웅, 조성은, 이진동(뉴스버스), 박지원 등 5명인데 조성은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녀와 손준성, 김웅이 다 연결되고 뉴스 폭로 날짜를 정하는데, 그리고 자신을 공익제보자로 은폐하는 딜(deal)은 어떤 노련한 코치를 받은 것 같다. 그 장본인이 박지원 국정원장으로 지목되는데 신속히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조성은은 벌써 네댓 차례 TV 등 인터뷰를 했는데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공익제보자가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엔 맞는다고 하고, 김웅도 제보자를 안다고 했다가 모른다고 하는 등 언론을 갖고 노는 중이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공작으로 쏟아낸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머리 좋은 판사가 계산한다면 수조 원이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논두렁시계' '조국사태'에 불만을 갖고 이른바 언론개혁을 벼르는 근거는 현재진행형 '윤·박게이트'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더욱이 언론재갈법이 겨냥하는 대상 언론은 틀림없이 보수신문 5~6군데임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문재인정부에서 TV 매체들은 방통위 재승인을 통해 숨도 못 쉬게 장악했고 정부 공공기관이 대주주인 언론들도 순한 양이다. 주류 신문사들도 20년째 매출액이 제자리고, 기자들의 취재력도 예전같이 투철하지 못해 많이 쇠약해진 건 한국 민주주의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는 증거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나 언론을 경시하는지 임기 내내 중견언론인을 한 번도 안 만난 최초 대통령이다.

언론재갈법은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조작 보도는 징벌적 손해배상 5배로 할 수 있다(언중법 30조2)고 돼 있다. 명백한 중과실 요건으로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보도로 피해 가중, 기사의 본질과 다른 제목, 삽화,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었을 경우를 들고 있다. 이번 고발 사주 폭로도 그렇고 박근혜-최순실 사건, 닉슨을 탄핵으로 이끈 워터게이트사건 모두가 진실을 파헤치는 연속 보도로 결말을 맺는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이 "반복 보도로 피해 가중"으로 보일 것이나 리바이어던을 쓰러뜨리기 위한 언론 입장에선 필수 작업이다.

대런 애쓰모글루 지적대로 그걸 반대하면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거다. 뉴스버스 사건으로 언론재갈법은 명분을 잃었다. 매일 가짜뉴스를 쏟아내며 국민 피해를 키우는 당사자가 무슨 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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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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