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최기성의 허브車]방콕 대신 차콕…현대차-폭스바겐, ‘사랑방’ 전쟁

최기성 기자
입력 2021/09/17 14:30
수정 2021/09/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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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라이프(왼쪽)와 아이오닉5 [사진 출처=폭스바겐, 현대차]

‘방(房)’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다.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 공간이다. 전통 가옥에서나 근대 가옥에서도 안방 건넛방 골방 다락방 주방 큰방 작은방 등 집 안에 있는 대부분 공간은 방으로 연결됐다.

목적에 따라 방을 일컫는 말도 달라졌다. 사랑방, 지대방, 다락방 등 표현도 정겹다. 아파트에서도 방 역할은 살아남았다. 한국인에게 방은 닫혀있으면서도 열려있으며 안과 밖을 이어주는 남다른 문화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방 사랑’이 유별나다 보니 유흥, 놀이, 휴식을 위한 공간에 ‘방’을 붙였다. 다방, 노래방, 만화방, 책방, PC방, 게임방, 산소방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방은 유흥과 결합되면서 ‘방’ 문화가 ‘밤’ 문화가 되기도 했지만 방이 주는 정감 어린 이미지는 아직 강하다.


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하는 코로나19 사태로 새로운 방 문화가 확산됐다. 방콕(방에서 콕 박혀 지내는 상태)이다. 방콕은 기존 방 문화와 달리 폐쇄적이다.

방콕 탈출구는 자동차가 마련해줬다. 자동차는 바깥세상과 집을 연결시켜주고 집을 찾아온 손님들과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대표 공간인 사랑방이 되고 있다. 사랑방은 예전부터 다방, 놀이방, 산소방, 책방, 노래방 등의 역할을 담당했다.

사실 자동차는 그 자체로 사랑방 기능을 지녔다. 안과 밖을 이어주는 이동수단이자 휴식공간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생계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졸음을 쫓고 피로도 풀면서 꿀 맛 같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장소다.

호젓하게 자동차 안에서 사색하거나 휴식하는 운전자들도 많다. 이웃 눈치 보지 않고 혼자서 또는 가족끼리 신나게 소리 지르며 놀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자동차 회사들도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사랑방 문화를 자동차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카오디오 시스템, 안마 시트, 선루프, 공기청정 시스템 등으로 자동차는 노래방, 산소방, 놀이방 등으로 변했다. ‘차박’(차에서 숙박)도 결국 사랑방 기능에 해당한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능은 ‘사랑방’ 확산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스티어링휠(핸들) 잡을 일이 줄어든 운전자에게 방은 이동수단이 아니라 문화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사랑방 화(化)에 가장 적극적인 자동차회사는 현대차와 폭스바겐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 폭스바겐 ‘ID. 라이프’(ID. LIFE)가 사랑방을 품은 대표 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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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5 실내 [사진 출처=현대차]

◆아이오닉5, 자동차생활→‘자동차=생활’

아이오닉5는 사랑방을 자동차에 ‘이식’했다.


자동차 생활이 ‘자동차=생활’이 됐다.

크기에 비해 넓은 공간, 바퀴달린 가구처럼 공간 활용성을 높여주는 유니버셜 아일랜드(Universal Island), 소파 뺨치게 안락한 시트를 채택한 효과다.

아이오닉5는 짧은 오버행(차체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 거리)으로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가능해진 플랫 플로어(Flat Floor)도 쓸 수 있는 공간을 넓혀준다.

넉넉한 공간을 무기로 생활과 이동의 경계를 허무는 ‘편안한 거주 공간(Living Space)’을 실현했다.

운전자가 필요없는 미래 모빌리티가 보여줄 실내공간의 새로운 개념이다. 내부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심리스(Seemless) 공간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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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5 V2L [사진 출처=현대차]

백미는 유니버셜 아일랜드(Universal Island)다. 기존 내연기관의 센터콘솔 자리에 위치한 유니버셜 아일랜드는 15W 수준의 고속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을 적용했다. 위 아래로 나뉜 트레이 구조를 갖췄으며 하단 트레이에는 노트북이나 핸드백 같은 수화물을 수납할 수 있다.

최대 140mm 후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 앞좌석뿐 아니라 뒷좌석 탑승자도 센터콘솔을 수납용도나 충전용도로 쓸 수 있다.

1열 운전석 및 동승석 릴렉션 컴포트 시트(다리받침 포함)는 2열 좌석에 닿을 정도로 눕힐 수 있다. 무중력 자세를 만들어주는 기능도 갖췄다. 2열 전동 슬라이딩 시트도 앞쪽으로 135mm까지 이동할 수 있다.

전동 슬라이딩 시트를 활용하면 사랑방처럼 휴식 공간, 일하는 공간, 여가를 즐기는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히터와 함께 있던 블로워(송풍기) 위치를 이동시켜 슬림화한 콕핏, 초고강도 소재로 기존 내연기관 차량 대비 시트 두께를 30% 줄인 전기차 전용 슬림 디자인 시트도 사랑방 기능에 한몫한다.

엔진이 사라진 보닛 안쪽에는 작은 캐리어 역할을 담당하는 공간이 숨어있다.


세면도구, 여벌의 옷, 접이식 우산 등을 수납할 수 있다.

움직이는 에너지원인 V2L(Vehicle To Load)은 사랑방 기능을 더 빛내준다. 차량 외부에서 일반 전원(220V)을 사용할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높은 3.6kW의 소비전력을 제공한다. 아이오닉5 배터리는 4인 가족이 4일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을 보유했다.

야외 활동이나 캠핑 장소 등 다양한 외부환경에서도 가전제품, 전자기기 등을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다.

향후 정전 사태 때는 비상용 전원으로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에 배터리를 충전해 적은 비용으로 전력을 쓰거나 거래까지 할 수 있다.

V2L은 아이오닉5에 ‘사랑방 툇마루’ 기능도 부여한다. 차체 뒤쪽에 있는 V2L 코드를 활용하면 로봇 바리스타로 커피를 만들거나 헤어드라이·공기청정기를 작동할 수 있다.

노트북과 스탠드 램프를 켜 이동 사무실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재택근무 여건이 좋지 않아 카페를 전전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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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라이프 [사진 출처=폭스바겐]

◆폭스바겐 ID. 라이프, 달리는 PC방 DVD방

폭스바겐이 ‘IAA 모빌리티 2021’에서 공개한 소형 세그먼트 콘셉트카다. 폭스바겐은 오는 2025년까지 ID. 라이프 양산형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가격은 2만~2만5000유로(2700만~3400만원) 수준에서 책정된다.

ID. 라이프는 지속가능성, 디지털 기술,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 혁신적인 실내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열광하는 젊은 층을 공략한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범용 플랫폼 ‘MEB’의 소형차 전용 버전을 기반으로 제작된 전륜구동 모델이다. 디자인 핵심은 '순수'다. 차체, 유리 표면, 루프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선과 면을 통해 질리지 않고 깨끗한 이미지를 추구했다.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는 내외부 미러를 모두 대체한다. 오픈 탑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에 있는 육각형 모양 터치 패널을 통해 기어 선택뿐 아니라 방향 지시등, 경적, 앞유리 와이퍼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컨트롤 시스템에 통합돼 운전자는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빠르고 쉽게 제어할 수 있다. 모든 차량의 데이터에 온라인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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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라이프 게임방 기능[사진 출처=폭스바겐]

여유 있는 좌석 덕분에 실내는 영화관이나 게임 라운지로 이용할 수 있다. 게임기와 프로젝터도 탑재했다. 대시패널에서 확장되는 프로젝션 스크린은 실제 스크린 역할을 해준다. 230V/16A 전원 공급 장치에 연결할 수도 있다.

뒷좌석 탑승자는 게임, 영화, 차박 등 목적에 따라 앞좌석 등받이를 원하는 방향대로 접을 수 있다. 다리 받침대를 사용할 수도 있다. 앞좌석과 뒷좌석 등받이를 완전히 접으면 평평해진다. 눕기 편한 공간이 된다.

트렁크 공간은 333ℓ이고, 뒷좌석 등받이와 조수석 등받이를 접게 되면 적재용량이 최대 1285ℓ까지 확장된다.

수납공간도 넉넉하다. 전면 에어 챔버 직물 소재 커버 아래에는 68ℓ의 보관 공간이 마련됐다. 전면 패널 아래에는 충전 케이블을 넣을 수 있는 8ℓ 정도의 별도 공간이 있다.

고전압 배터리 충전 연결부 외에도 230V(16A)의 전원 연결부가 있다. 아이오닉5처럼 외부 전기장치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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