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최기성의 허브車]신차도 중고차도 없어서 못 판다…‘대체불가·난공불락’ 카니발

최기성 기자
입력 2021/09/27 11:31
수정 2021/09/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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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기아/ 사진촬영=최기성]

코로나19로 답답해진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들이나 여행을 떠날 때 가장 사랑받는 차는 럭셔리한 세단도, 멋진 스포츠카도, 우람한 SUV도 아니다.

평소에는 밋밋해 보였던 미니밴이 사랑을 받는다. 5~7명이 여행 가방이나 선물 보따리 등 많은 짐을 싣고 날 수 있을 정도로 실내 공간이 넉넉하기 때문이다.

부피가 큰 텐트 등 캠핑용품을 싣고 온 가족이 떠나는 오토캠핑용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코로나19 사태도 주목받는 차박(차+박)에도 제격이다.

이름만 '미니'지 실제는 '슈퍼' 역할을 하는 '슈퍼밴'이자 '패밀리 슈퍼카'다. 덩달아 운전을 주로 담당하는 아빠를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춘 슈퍼맨으로 만들어주는 '아빠차'이기도 하다.

9인승 이상인 국산 미니밴은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


나들이하기 좋은 주말, 휴가철, 명절 연휴 등에 고속도로가 꽉 막혀 다른 차들이 쩔쩔맬 때도 '논스톱'으로 시원하게 달릴 수 있다.

현재 국내 미니밴 시장을 장악한 모델은 카니발이다. 자웅을 겨뤘던 현대 트라제XG가 2007년 단종된 뒤에는 '국가대표 미니밴'으로 자리잡았다. 카니발은 미니밴보다 좀 더 '럭셔리' 이미지를 지닌 RV(Recreational Vehicle)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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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기아] ​

◆카니발, 대체불가 패밀리카

카니발 인기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까지 가세하면서 신차 카니발은 4개월 이상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기다리다 지쳐 신차 대신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중고차 시세도 신차 가격보다 3개월째 높게 형성됐다.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지난 8월 출시된 신형 카니발은 1년 만에 판매대수 10만대를 돌파했다. 올해 8월까지 판매대수는 10만1060대에 달했다. 올해 1~8월 판매대수는 5만7537대다. 국내 승용차 모델 중 그랜저(6만1762대)에 이어 2위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종별 통계를 산정하는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집계에서도 사실상 같은 결과가 나왔다.

자동차등록 데이터 집계 결과, 카니발은 올 1~8월 총 5만8970대가 판매됐다. 현대차 그랜저(6만2207대)에 이어 승용 부문 2위다.

8월에는 5665대가 판매돼 2위를 기록했다. 1위인 기아 스포티지와 1대 적었을 뿐이다. 맞수로 여겨지는 현대 스타리아는 지난 8월 3104대가 팔렸다. 선전했지만 카니발 적수가 되지는 못했다.

국내외에서 카니발과 경쟁하는 혼다 오딧세이는 8월 한달 동안 103대 팔렸다. 올 1~8월 누적 판매대수는 334대다. 사실상 카니발 독주다. 수입차 입장에서 카니발은 난공불락 미니밴이다.

디젤 모델은 계약한 뒤 4개월 이상, 가솔린 5개월 이상 지나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출고가 적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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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기아] ​

◆중고차 시세, 신차가격보다 비싸져

출고 전쟁 여파는 중고차 시장으로 번졌다. 카니발 2021년식 시세는 신차 가격보다 비싸졌다.

매경닷컴이 엔카닷컴 시세를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카니발 중고차 시세가 처음으로 신차 판매 가격보다 비싸졌다.


당시 카니발 디젤 2.2 9인승 시그니처는 2021년식 시세는 4367만원으로 책정됐다. 신차 가격(4130만원)보다 237만원 비쌌다.

9월에도 카니발 중고차 시세는 강세를 기록했다. 카니발 디젤 2.2 9인승 시그니처 시세는 4362만원이다. 7월보다 5만원 내렸지만 여전히 신차 가격보다 200만원 이상 비싸다.

중고차 시세는 ‘거래 참고용’으로 실제 판매가격과는 차이가 난다. 시세와 달리 신차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대란에 품질은 신차와 다름없으면서 바로 탈 수도 있는 신차급 카니발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실거래에서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지만 신차와 다름없는 2021년식 카니발은 신차보다 비싸게 팔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고차시장에서도 상태 좋은 카니발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당연히 중고차 잔존가치도 높아졌다.

엔카닷컴이 최근 2020년식 무사고 기준 국산·수입 패밀리카 11종을 대상으로 잔존가치를 분석한 결과, 카니발이 1위를 차지했다.

기아 4세대 카니발 9인승 디젤 2020년식은 잔존가치가 91.77%에 달했다. 출고된 지 1년이면 10~20% 잔존가치가 떨어지는데 카니발은 8.23% 하락하는 데 그쳤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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