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충무로에서] 남양유업 살리려면

입력 2021/09/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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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매각과 정상화를 둘러싼 복잡한 실타래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매각 계약 당사자들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 간 장군멍군식 소송이 잇따르면서 길고도 지루한 법정 공방을 예고한다.

양측 주장은 팽팽히 맞선다. 상대방이 계약사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계약서가 공개되지 않는 한 현 단계에선 진실이 명백히 밝혀지기 힘들다. 판단은 법원이 할 수밖에 없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필요하다. 시장의 룰을 어지럽힌 이는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회사와 직원, 파트너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송이 대법원까지 간다면 3~5년 정도는 걸릴 것이란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그사이 회사의 기업가치와 평판은 속절없이 하락할 것이고, 직원들과 대리점, 낙농가도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피해를 겪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선 재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다. 오너 일가의 완전한 경영 배제다. 홍 회장은 회사를 재매각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다. 하지만 법원이 오너 일가의 주식 매도를 막아놓은 상태라 당장 매각 작업은 진행할 수 없다.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 홍 회장 일가도 재매각 작업 진행을 이유로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시간을 끌면서 회사를 계속 지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과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위기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오너 일가가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한 더 이상 남양유업에 신뢰를 주지 않을 것이다. 재매각과 회사 정상화의 첫걸음은 홍 회장과 일가가 당장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 회장직을 유지해야 한다 해도 무보수로, 재매각 작업에만 집중하고, 회사 경영은 독립적인 인물에게 일임한다는 공개적 약속이라도 해야 한다. 10월 예정된 남양유업 임시 주총에서 사내이사 신규 선임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중대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 한다.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또 다른 전제조건은 양측 간의 타협이다. 홍 회장이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있다면 법정 다툼을 이어가기보다 한앤코 측과 합의점을 찾아 매각 작업을 신속히 재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양측이 끝끝내 잘잘못을 가려야겠다면, 1심 결과가 나온 뒤 당사자 모두 결과에 승복해 항소를 포기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 1심이 한앤코 손을 들어준다면 홍 회장은 미련 없이 당초 계약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유통경제부 = 이호승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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