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World & Now] '포스트 스가'와 기로에 선 한일관계

입력 2021/09/28 00:06
지지율 하락 수습 급했던 스가
한국정부와 대화 나설
여유도 의지도 없이 1년 끝나

자민당 총재 등 日선거 맞물려
극한대립 한일관계 개선시킬
미래지향적 여론의 힘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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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한일관계 개선에 주체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공을 차기 총리에게 넘겼다." "차기 총리를 정하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한일관계는 관심사가 아니다."

전자는 스가 정권의 외교에 대한 일본 언론의 평가이고, 후자는 자민당 선거를 분석한 일본 정치전문가가 전해준 얘기다.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에 더해 이제는 '지지율'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인지, 선거에서 관심도 받지 못하게 된 게 한일관계의 현실인 셈이다.

작년 9월 스가 정권이 출범할 때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으로 치달은 양국 관계에 대해 작은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일부 있었다.


스가 총리가 한국과의 대화에 나서길 바랐지만 파벌을 비롯해 자신을 지지해줄 당내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스가 총리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코로나19 확산과 대응 부실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뚜렷한 계기 없이 당내 영향력이 막강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만들어놓은 틀을 뒤집기가 어려웠다. 지난 7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스가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 나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일본 내에서는 "여유가 없어서"라고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위안부·징용 배상 판결 등에 대해 '한국이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일본 정부·자민당의 요구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지율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 같지 않은 정상회담에 나서기는 무리였다는 것이다. 29일 열리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재선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지지율이 떨어진 스가 총리가 결국 지난 3일 불출마를 선언한 점 등이 '여유가 없었다'는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스가 정권 1년간 한일관계는 허송세월을 했는데, 차기 총재선거 진행 과정을 봐서는 총리 후보들에게도 당분간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선거 과정에서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은 여전하고, 총리로 취임해도 바로 11월 중의원 선거 등을 치러야 하는 후보들에게 한일관계는 득표에 크게 도움 될 이슈가 아니어서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후보자의 한일관계 발언이 얼마 되지도 않을뿐더러 '한국이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기존 입장 정도이거나 '총리가 돼도 야스쿠니 참배'같이 우리를 자극하는 내용이다. 한일관계에서는 한국 상황도 녹록지 않다. 대선 국면에 접어든 한국 정치권이 반일 정서를 어떻게 자극할지 모를 일이다.

국제 정치·경제 등을 감안하면 양국 관계를 이렇게 방치하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 리 없다. 관심사에서 멀어지거나 악용될지도 모르는 이 문제에 대해 정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적극 나서게 할 수 있는 건 여론과 표심이다. 중요한 정치 일정을 앞둔 양국에서 현명한 여론이 중요한 시점이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kks101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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