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매경포럼] 플랫폼, 네트워크 효과와 독점 사이

입력 2021/09/28 00:07
플랫폼 규제는 양날의 칼
독점 막다가 혁신도 훼손
심판이 선수로 못 뛰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 필요하지만
마구잡이 입법은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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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 기업 규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무기로 한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이 도가 넘어섰다며 이젠 재갈을 물려야 한다는 의견과 과도한 규제로 혁신을 막아선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플랫폼 공정화법 등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도 고민이 깊을 것이다.

플랫폼 규제가 어려운 이유는 플랫폼 특성 때문이다. 독점은 플랫폼의 궁극적 목표이자 경쟁력의 본질이다. 다른 산업도 시장을 지배하면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 우위가 전제돼야 한다. 독과점이 나타나면 점유율과 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불공정을 해소하면 된다. 플랫폼에는 이런 규제를 적용하기가 곤란하다.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은 제품과 서비스가 아닌 네트워크 효과에 있다. 장터를 떠올리면 네트워크 효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모일수록 장터의 경쟁력은 높아진다. 소비자는 다양한 물건을 싼값에 살 수 있고 판매자는 한곳에서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큰 장터가 있으면 주변 작은 장터들은 존속하기 힘들다. 이게 바로 네트워크 효과다. 큰 장터가 작은 장터들을 모두 흡수한 뒤부터 문제가 생긴다. 여러 장터가 공존했을 때는 경쟁에서 이기려고 임대료를 낮추고 공짜 상품으로 사람들을 유인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큰 장터는 출혈 경쟁으로 쌓인 손실을 빨리 만회하려고 임대료를 대폭 올리고 인기 있는 상품을 직접 팔기도 한다. 임대료 부담이 없으니 다른 판매자보다 싸게 팔 수 있고 좋은 위치에 점포를 낼 수 있다. 큰 장터의 횡포에도 대응할 방법은 없다. 대체할 만한 장터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온라인 장터인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네트워크 효과의 결말은 독점이다. 플랫폼은 혁신으로 시작해 독점으로 끝나게 돼 있다. 혁신을 촉진하면서 독점 폐해를 막으려다 보면 창과 방패를 함께 팔아야 하는 무기 장수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플랫폼 규제가 힘든 것은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모순'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해법이 없지는 않다. 창과 방패 중 하나만 팔도록 하는 것이다.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것은 모순이다.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공정한 경기가 될 수 있다. 플랫폼에도 똑같이 원리를 적용하면 된다. 그러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알고리즘 조작이니 골목상권 침해니 하는 문제는 저절로 풀린다. 미국 의회가 발의한 '플랫폼 독점 종식법'은 플랫폼 기업이 자체 상품을 팔면 강제 분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도 플랫폼 기업의 자사 우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플랫폼으로 쏠린 힘의 균형을 맞추는 일도 중요하다.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는 플랫폼을 개별 입점 업체와 이용자가 견제하기는 힘들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려면 영업 비밀이 아닌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판매자,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의 감시가 이뤄질 수 있다.

거대 플랫폼의 독점 폐해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규제는 필요하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플랫폼으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는 기득권 단체와 합세해 저인망식 규제법을 만들면 이제 막 꽃을 피우려고 하는 혁신의 싹마저 자를 위험이 있다. '치대국 약팽소선(治大國 若烹小鮮)'이라는 말이 있다. 큰 나라를 다스리려면 작은 생선을 요리하듯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플랫폼 제국을 규제할 때도 '약팽소선'을 새겨야 한다. 마구 뒤집고 헤집다가는 생선살이 떨어져나가는 것처럼 정말 중요한 혁신이 사라질 수 있다. 플랫폼 규제법을 만들기 전에 '혁신과 공정 경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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