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대장동 아파트 1채씩 가진 사람들 [최경선 칼럼]

입력 2021/10/14 00:07
수정 2021/10/14 00:52
박영수 딸, 성남시 공무원 등
아파트 소유자 면면도 화려
서민 힘빠지게 만드는
새치기·특혜 매각 의혹은
전수조사로 말끔히 씻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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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성남시 대장동에서 '판교 SK뷰 테라스'라는 도시형생활주택이 분양됐다. 화천대유가 시행을 맡은 292가구짜리 건물이다. 지난 9월 분양했을 때 9만여 명이 몰려 317대1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인데 화천대유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중도금 대출도 차질을 빚자 117가구가 미계약됐다. 이 물량을 놓고 6일부터 이틀간 '무순위 청약'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4만여 명이 몰렸다. 청약 경쟁률 343대1이다.

장삼이사들은 이렇게 산다. 엉터리 정부 정책 탓에 집값이 폭등하고 나니 더 뛰어다녀야 한다. 돈이 될 만한 물건을 놓고는 박 터지게 경쟁한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거주 환경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데도 이렇게 바글바글한다.

대장동 개발의혹 사건은 뭔가 다르다. 이곳에 아파트를 가진 인물들은 그 면면부터 범상치 않다.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던 박영수 전 국정농단사건 특별검사의 딸이 계약취소된 대장동 아파트를 올해 6월 사들였다고 한다. 2018년 말 분양하던 가격으로 넘겨받은 덕분에 벌써 7억원가량 시세차익이 생겼다고 한다.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 정영학 회계사 여동생 등도 대장동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주변 공무원들도 대장동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도 대장동 아파트 소유자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아파트를 분양받아본 경험이 한 번도 없지만 그렇다고 억울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공정한 경쟁과 절차를 거쳐 누군가 행운을 가져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뜨겁게 불타오른 과천아파트 청약시장을 보면서 조금 달라지긴 했다.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파고든다.

과천 지식정보타운에서 머지않아 아파트 176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분양된다고 한다. 당첨되기만 하면 곧바로 시세차익 12억~14억원을 쥐게 되는 로또다. 청약시장을 달아오르게 만든 이 아파트들이 분양시장에 나온 사정은 이렇다.


올해 3~5월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 지식정보타운 분양 당첨자 2800여 명을 전수조사해보니 그중 100명에 6명꼴로 부정 당첨자였던 것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이 온통 복마전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아파트 분양인들 제대로 했겠느냐"는 의심이 절로 든다. 공공개발 사업자 선정, 땅 매입·분양이 의혹투성이다. 5만원권 다발로 인출된 현금 수십억 원도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돈다발 찔러주듯 아파트도 어느 특정인에게 선심 쓰듯 비정상적으로 떠넘기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어 보인다.

대장동 아파트를 샀다가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된 사람들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아파트를 분양하던 2~3년 전에는 주변 집값과 인기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고 미계약 물량도 있어서 지금보다 쉽게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고 말할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선캠프에서 일하는 정 모씨는 "2018년 12월 청약 때에는 2.9대1 경쟁 탓에 탈락했지만 예비당첨자 순번을 받아 정상적으로 아파트를 샀다"고 했다. 이런 사람에게 누가 시비를 걸겠는가마는 대장동 개발에 쏠리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니 문제 아니겠는가.

화천대유는 4000억원대 배당수익과 4500억원대 분양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대장동 개발의혹을 해소하려면 그 과정이 공정하고 적법했는지 밝히는 게 핵심이다. 5만원권 다발을 포함한 수십억 원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규명하는 건 그 열쇠가 될 것이다. 아울러 청약통장을 부여잡고서 수백대1의 경쟁을 뚫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장삼이사들을 생각한다면 대장동 아파트가 공정하게 주인을 찾았는지도 조사해야 할 것이다. 내 집 마련 경쟁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믿음을 되찾아줘야 한다.

[최경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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