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필동정담] SF소설급 탄소감축

입력 2021/10/2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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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위원회가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더 빨리, 더 많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야심 찬 로드맵을 확정했다.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두 달 전 초안보다도 감축목표치를 되레 더 높였다. 막무가내 탄소중립 과속이라는 비판이 들끓는 이유다. 사실 감축목표치를 올린 것 자체는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변화 재앙을 막으려면 온난화 주범인 탄소 배출을 최대로 줄이는 게 맞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감축할 건지다. 탄중위가 무리한 목표를 제시했지만 달성 가능한 길은 있다.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면 된다. 있는 원전 제대로 가동하고, 짓다 만 신한울 3·4호 건설을 재개하면 탄소중립의 꿈을 이룰 수 있다. 2030년까지 폐쇄 예정인 원전 11기 가동연한을 연장만 해도 된다.


그러면 8년 내에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로 줄인다는 탄중위 감축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도 있다.

이처럼 쉬운 길이 있는데도 에너지 전문가 한 명 없이 시민·종교·노동단체 인사들이 장악한 탄중위는 원전 없는 탄소중립을 고집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탄탄한 유럽도 "원전 없이는 안 된다"는데 무슨 재주로 신재생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건지 도대체 알 수 없다.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옴직한 정체불명의 신재생 기술로 탄소 저감을 하겠다는 건 몽상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겠다는 용기는 가상하지만 뻔히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고집을 피우는 건 오기다. 원전 없이 탄소중립이 가능한 유일한 길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는 다음달 영국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거창한 목표만 있고 실행 방안은 실종된 엉터리 탄소감축안을 공개한다고 한다. 실현 불가능한데도 탄소중립 쇼를 하겠다는 것이다. 임기 말 정부가 허장성세 폭탄만 던져놓고 수습은 미래 정권에 떠넘기는 꼴이다. 이처럼 무책임한 정권을 본 적이 없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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