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죽이고 죽는 대선은 안 된다 [서양원 칼럼]

입력 2021/10/21 00:07
수정 2021/10/21 08:04
여야 유력대선주자들
서로 "감옥 보내겠다"
보복은 또 다른 비극
국가발전 논의의 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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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여 남은 대선이 죽이지 않으면 죽는 '오징어 게임'으로 변질됐다.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대장동 특혜 비리의 몸통이라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감옥에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홍준표 후보는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를 겨냥해 "다 감옥 갈 판"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 집행부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고(봉고파직·封庫罷職) 귀양(위리안치·圍籬安置) 보내겠다고 호통쳤다.

20대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또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세다.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대북송금 특검이 진행되면서 정몽헌 회장이 유명을 달리했고, 박지원 비서실장은 감옥에 갔다.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박연차, 강금원 회장이 감옥에 갔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후에는 이명박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의 실형이 확정됐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된 것을 비롯해 측근 인사들과 전 정권 권력에 엮인 기업인들까지 고초를 겪었다. 조선시대 노선이 다른 파를 숙청한 '기묘사화'에 빚대서 '정유사화'란 말이 나올 정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비극이 또다시 되풀이될까 공포스럽다. 민간이 1000배이상의 배당 떡고물을 먹으면서 전월세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미 이번 대선은 대장동 사건이 모든 것을 덮는 모양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고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됐지만 아직 속 시원한 사건 전말이 안 나온다. 여야 인사들이 얽힌 정황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린다.

안타깝다. 대장동 진실을 철저히 밝혀나가되, 대한민국 발등에 떨어진 현안들을 논쟁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3년 차로 접어들고 있는 세계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몰아가며 대한민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 싸움 속에 한국에 늘 괴로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간 기술패권 싸움은 그동안 우리를 먹여 살려온 반도체, 자동차, 철강, 바이오산업의 미래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대선후보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글로벌 현장에서 사활을 걸고 싸우는 우리 기업들을 온갖 규제로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모호함투성이인 중대재해법은 CEO들을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하는 위험 속에 빠뜨렸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주요 대기업들은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있다. 외국기업들도 하나둘씩 짐을 싸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던 기업가정신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반기업정서가 반시장, 반기업 규제로 남발되면서 기업할 의욕을 꺾고 있다"고 호소한다.

여당은 세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양 재정건전성은 생각지도 않고 돈 퍼주는 데만 혈안이다.


국가채무비율이 문정부 초기 38%에서 50%를 넘어선 데 이어 급증하는 추세인데도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한국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으면 위험하다는 경고는 쇠귀에 경 읽기다. 이렇게 방치했다간 13년 만에 재정위기국이 된 그리스 모델로 갈지, 완전히 폭망한 베네수엘라 모델로 갈지 걱정된다.

대선후보들은 오징어 게임만 할 뿐 국가 미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미래를 위한 논쟁도 모자란다. 오죽 답답했으면 대한상의가 20대 대선을 '국가발전 논의의 장'으로 만들자고 호소했을까.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지혜 대결을 하라는 요구다.

지금처럼 계속 서로 내 편, 네 편 나눠 죽일 듯이 싸운다면 처절하게 외면받을 것이다.

한 후보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나라의 미래를 위한 정책 대안을 내고 청년,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다면 선택받을 것이다. 국민들은 바보, 무지렁이가 아니다. 항상 무서운 선택을 해왔다. 내년 3월 9일 대선 때도 갈등과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할 위대한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

[서양원 편집담당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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