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현문학기자의 돈되는 중국경제]생필품 파동에 개입한 ‘보이는 손’ 후폭풍

현문학 기자
입력 2021/11/0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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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 중국 상무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통지문이 하나 게시된다. 매년 11월 초에 연례적으로 통지하는 내용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다만 생활필수품을 충분히 준비해 놓고 일상생활과 돌발 상황에 대비하라는 문구가 추가된 게 다를 뿐이다.

이 내용은 서민들 사이에 급속하게 퍼진다. 그렇지 않아도 뉴스에서 요즘 많이 나오던 대만과의 전쟁 상황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바로 슈퍼로 달려가 생필품 폭풍구매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장쑤(江苏)성 난퉁(南通)의 한 주민은 한 번에 쌀 300kg을 사 간다. 3식구가 1년 충분히 먹을 만한 양이다.

인터넷에는 아줌마들이 몰려와서 식용유를 동내는 동영상도 나돌 정도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인민일보까지 나서서 “중국서 매일 가공되는 쌀과 면을 합치면 14억 명이 이틀 간 먹을 양”이라며 식량 사재기를 질타하기에 이른다.

사실 이런 상황은 격리 위주의 코로나 19 방역을 하는 중국에서 늘 일어날 법하다. 최근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내장객을 모두 격리한 채 핵산 검사를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서 자가 격리되면 보통 1-2 주 먹을 식량도 필요하다. 식량이 충분치 않으면 생활에 문제 생기니 잘 준비하라는 통지라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인의 심리를 분석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년 시절 대기근을 경험한 노년 세대는 먹을거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년 세대도 1980년대 악성 인플레를 경험한 탓인지 최근 식품 가격상승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신세대는 쌀,밀 등 주식보다 부식이나 가공식품에 민감하다.

쌀 등 주요 식량 자급률은 100%에 접근했고 수급에도 문제없다는 당국의 설명에 귀 기울이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중국 마트의 채소류 판매 코너는 전시를 방불케 한다.

채소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상승세다. 오이는 1kg당 10위안(약 1700원)이고 kg당 20위안인 시금치는 돼지고기보다 2배나 비싸다.

석유 등 에너지 가격상승으로 인해 물류비용은 물론 농약 플라스틱 포장재 값까지 오른 탓이다. 소비가 부진한 가공식품 업체는 가격을 올리지도 못하고 원료와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더이상 버티기 힘든 지경에 이르자 세계 최대 조미료 업체인 하이톈이 제품 가격을 올렸고 다른 식품 업계로 파급되는 모양새다. 조미료를 필두로 음료나 간식용 가공식품 등 가격이 다 오르는 상황이다.

소고기 양고기는 명품 반열에 오른 상태다. 채소 먹느니 고기 먹으라던 그 돼지 고기 가격도 요즘 오름세다. 마치 2019년 전국 돼지 고기값이 폭등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분위기다. 돼지고기 가격 파동은 중국의 고질병 중의 하나다. 농촌 개혁 직후 나타난 이후 40년 지나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 돼지고기 파동이 재발하는 데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필요할 경우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하는 기관이다. 특히 가격 폭등이나 폭락을 막기 위해서라면 지금도 무소불위다. 미국이나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미칠 정도다.

중국 돼지고기 가격 폭락 계기는 2018년 미 중 무역협상이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대항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해 버린다.

미국 대신 러시아산 돼지로 수입 선을 바꾼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산 수입고기에 아프리카 돼지 열병까지 같이 수입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중국은 아프리카 돼지 열병을 막기 위해 농가에 예방적 도살을 지시한다. 이 바람에 생돈 잔량이 60%로 감소한다. 생돈 잔고 부족은 이듬해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고 2019년부터 돼지가격은 폭등한다. 돼지고기 가격이 전 년 동기대비 50%나 오른 그해 8월에는 10일 동안 무려 16%나 폭등하는 기록을 세웠을 정도다.

시장에서는 돼지고기를 사재기하는 서민들과 방출을 독려하는 지방정부 사이에 가격전도 벌어진다. 9월 돼지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두 배나 오른다.


29개 성 정부는 20억 위안을 들여 돼지고기 사들인 후 소비자 보조금을 줘서 가격을 안정시키려 애쓴다. 농촌 농업부 자료를 보면 2020년 7월 전국 돈육 가격 평균 가격은 kg당 56위안 으로 올라 최고치를 기록한다.

양돈 농가에서 돼지 사육 규모를 크게 늘리자 올 초부터 가격도 하락하기 시작한다. 발개위 가격 센터 수치를 보면 6월 21일 자 전국 생돈은 kg당 14위안으로 폭락한다. 1년 전보다 1/4 가격이다.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양돈 농가는 시장에 돼지고기 공급을 늘린다. 사료가격과 비교하면 바로 팔아 치우는 게 손절매인 셈이다.

돼지 한 마리를 키우는데 804위안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게 발개위의 분석자료다. 일반적으로 중국서 돼지고기 500g을 생산하려면 사료 1.6kg이 필요한 것으로 나온다.

이걸 기준으로 사료 값이 고기보다 낮으면 공급은 줄어든다. 반대 경우라면 공급을 늘리는 게 바로 시장 법칙인 셈이다.

그런데 중국서는 이 비율을 구하기 힘들다. 사료 가격은 생산량과 수입량에 따라 변한다. 돼지고기 가격은 사료량과 출하집중도에 따라 달라지고 수입량과 가격도 변수다.

축산업과 농업은 자연적인 제약도 받는다. 오늘 씨를 뿌려도 내일 수확할 수 없다. 고기도 마찬가지다.

사료 가격과 돈육을 출하하는 시차는 반년이나 1년이다. 사료 가격이 변하고 나중에 돈육가격이 따라가는 구조다. 이게 주기적인 파동을 불러오는데 이를 생돈 주기라 한다.

생돈 주기는 경제학자들의 오랜 연구 과제 중 하나다. 1000년 전부터 독일이나 폴란드에서 분석한 책도 있을 정도지만 중국에서는 맞지 않는다. 중국당국과 소비자는 이런 개념도 모른다. 대학에서도 정치경제학 시간에 온통 마르크스 경제이론만 배울 뿐이다.

중국의 물가 상승에는 보이는 손이 크게 작동한다. 사실 물가 상승은 글로벌 공통관심사다. 중국 물가는 여기에 비하면 늦은 편이다. 일단 변하기 시작하면 폭이나 정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다.

최근 중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마오타이의 실적은 2016년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9월 스마트폰 판매량도 2144만대로 전달대비 8.1% 하락세다. 올해 3월 최고치와 비교하면 60% 수준이다. 9월 자동차 판매도 3535억 위안으로 전월 대비 11.8% 떨어진 수치다.

음모론이 나올법한 상황이다. 이번에 상무부가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생필품 사재기를 부추긴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이유다.

[현문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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