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최경선 칼럼] 공산당도 깜짝 놀랄 종부세 폭주

입력 2021/11/25 00:07
'공동부유론' 내건 중국서도
이런 과격한 세금인상엔
공산당조차 주저한다
"지주타도" 인민재판하듯
집주인 갈라치기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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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종합부동산세가 5조7000억원 부과된다. 지난해에 비해 4조원 많아졌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보다는 15배가량 많아졌다. 이 세금을 납부해야 할 집주인 95만명은 "세금 폭탄을 맞았다"며 전전긍긍하는데 정부·여당 반응이 가관이다. "집값이 올랐으니 세금을 더 내야 할 것 아니냐"는 여론에 편승해 "국민 98%는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고 국민을 갈라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국토보유세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했다. 국토보유세를 30조원 정도 거둬 기본소득으로 나눠주겠다는 복안인데 "국민 90%는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며 편을 가른다.


다수의 국민에게 이득이 된다면 소수의 국민을 참혹하게 괴롭혀도 괜찮다는 식의 발상이 엿보인다. 국민의 자유와 사유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 정신은 온데간데없다. "지주 타도"를 외치며 인민재판을 열던 광복 직후 좌익 세력의 광기가 연상될 정도다.

미국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2%룰'을 다시 주목해볼 때다. 이곳에선 주택보유세를 매년 2%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막아놓았다. 국가 세금이 가정의 삶을 파괴하지 못하게 막는 장치다. 내 삶의 터전인 주택에서는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단지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왕창 거둬가면 가정의 소비생활이 풍비박산 날 수 있기에 그런 비극을 막아놓은 안전장치다. 이에 비하면 한국 부동산 보유세는 국가 폭력 수준이다. 2%가 아니라 한 해에 2~3배까지 갑자기 올려버린다. 취득세, 재산세, 양도세, 증여세를 겹겹이 징수하고 그 위에 종부세를 덧붙이는 중복 과세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세금의 명분은 빈부격차 해소다. 그러나 공산당조차도 우리처럼 폭주하지는 않는다. 중국을 보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공동부유론'을 주창하고 있다.


앞서 덩샤오핑은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한 뒤 "다 함께 부자가 될 수는 없으니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부터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先富論)'을 주창했다. 그 후 40여 년 동안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커지자 "다 함께 잘살자"는 깃발로 바꿔 든 것이다.

시진핑이라는 절대권력자가 공산당을 기반으로 이처럼 빈부격차 해소라는 깃발을 치켜들었지만 이들이 "집주인 타도"를 위해 달려들진 않는다. 중국에는 아직 재산세가 없다. 상속세도 없다.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1980년대부터 재산세 도입 논의가 불붙었지만 공산당은 신중했다. 상하이 충칭 등 2개 도시에서 2011년부터 매우 제한적으로 재산세를 시범 부과해보고 있는 정도다.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재산세 부과 지역을 30대 도시로 확대하자고 했을 때에도 공산당원들은 반대를 쏟아냈다. "재산세가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걱정도 내놓았고 "재산세로 집값을 잡은 나라가 없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조세조항 탓에 사회가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결국 중국 공산당은 재산세 시범 부과 지역을 10개 도시로 축소했다. 그마저도 5년 동안 시행해보고 전국 확대 여부는 그때 가서 다시 따지기로 했다. 사회 체제·철학, 과세 환경 등 여러 면에서 중국은 한국과 다르다.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 다만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라 해도 국민 생활에 큰 충격을 주는 세금 문제는 신중하게 다룬다. 시범 시행을 통해 부작용을 점검하고 단계적 시행으로 충격을 최소화한다. 집·땅 보유세를 느닷없이 2~3배 올려놓고선 "세금 낼 형편 안 되면 팔든가" 하고 죄인 취급하지 않는다. 빈부격차 해소라는 명분은 좋다. 그럼에도 세금 인상은 국민의 납세능력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할 일이다.

[최경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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