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이상훈의 터무니찾기] 어리둥절 대선 여론조사, 헤매지 않기

이상훈 기자
입력 2021/11/2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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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기다. 대선 지지율 말이다. 비슷한 시기 진행된 여론조사인데 지지율, 특히 후보 간 격차가 딴판이다. 도대체 왜일까.

윈지코리아·아시아경제 조사(20~21일, 1025명)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2.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4.4%다. 격차는 8.3%포인트다.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밖이다. 한국갤럽·머니투데이 조사(22~23일, 1011명)에선 윤 후보 38.4%, 이 후보 37.1%다. 격차는 1.3%포인트다. 넥스트리서치 조사(20~21일, 1004명)에선 윤 후보 33.6%, 이 후보 30.4%다. 격차는 3.2%포인트. 조사에 따라 격차가 크게 다르다. 어리둥절하다.

흔한 설명이 조사 방식의 차이다.


녹음된 음성, 즉 기계가 물어보는 자동응답(ARS)이냐, 면접원이 직접 물어보는 전화면접이냐는 차이다. 전화면접에 비해 ARS는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답하는 '정치 고관여층'이 주로 대답한다고 한다. 요즘엔 정치 고관여층이 보수층에 많다는 게 통념이다. 그러고 보니 여론조사 가운데 윤 후보가 높게 나와 후보 간 격차가 큰 건 대개 ARS다.

그런데 깊게 들어가면 응답률이 있다. 전화 연결이 된 사람 가운데 끝까지 대답한 사람의 비율이다. 2만명이 연결됐는데 1만8000명이 응답을 거절하거나 도중에 끊었고 2000명만 조사를 마쳤다면 응답률은 10%다. 응답률이 3~4%에 그치는 것도 있고, 20%를 넘는 조사도 있다. 통상 응답률이 높아야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응답률이 너무 낮으면 여론조사엔 응하지 않아도 실제 투표엔 나서는 표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누가 물어볼 땐 답을 안 해도 투표는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곳에서 한 조사인데 짧은 기간에 큰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 조사(19~20일, 1007명)에서 윤 후보 40%, 이 후보 39.5%로 격차는 0.5%포인트였다. 그런데 한 주 전 조사(12~13일, 1009명)에선 윤 후보 45.6%, 이 후보 32.4%였다. 격차는 13.2%포인트.

주목되는 건 정치 이념 성향이다. 12~13일 조사에선 응답자 중 진보 성향(가중값 적용)이 24.4%, 보수 성향이 35%였다. 일주일 뒤 조사에선 진보 27.9%, 보수 31.9%였다. 두 조사의 응답률은 비슷했는데 진보 성향은 늘고 보수 성향은 줄었다. 이것이 윤석열·이재명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것과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물론 설문으로 파악되는 이념 성향이라서 통제할 수는 없긴 하다.

조심할 게 있다. 한 시점에 나온 여러 지지율 조사의 '절댓값'을 비교하는 건 문제가 있다. 사실상 다르게 조사한 건데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격이다. 그 대신 한 곳에서 일정 주기로 한 여론조사를 시계열로 보는 건 의미가 있다. 두 주 전, 한 주 전과 현재를 비교해 변화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판별분석'이란 게 있다. 여론조사 때 지지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응답자(지지 후보 없음·잘 모름 등)라도 대선 날에는 특정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 이를 감안해 과거 투표율 등을 반영해 이들의 표심까지 추정해 지지율을 뽑아내는 게 판별분석이다. 상당히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파장을 의식해 여론조사 업체들이 조사와 발표에 소극적이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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