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필동정담] 올림픽 보이콧

입력 2021/12/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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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보이콧은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라는 올림픽 정신과 배치된다. 하지만 올림픽 역사상 보이콧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았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는 인종차별 정책을 실시하고 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친선 경기를 한 뉴질랜드의 참가 소식에 아프리카 28개국이 불참했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미국 등 40여 개국이 불참했고,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는 서방국가의 보이콧에 대한 보복으로 소련 등 동구권 20개국이 참여하지 않았다. 미·소 냉전으로 2회 연속 '반쪽짜리 올림픽'이 치러진 것이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은 올림픽 보이콧이 실패한 경우다.


나치 독재 정권에 반대해 미국, 영국 등에서 보이콧 움직임이 표면화됐지만 미국이 최종적으로 참가를 선언하며 베를린올림픽은 나치의 선전장으로 악용됐다.

미국 정부가 내년 2월 개막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6일 공식화했다. 보이콧 이유로 신장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소수민족 집단 학살과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았다. 선수단은 참가하지만 정부 대표단이나 외교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미국의 보이콧 결정에는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의 미투와 그 후 실종 영향도 컸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함에 따라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서방 국가들의 연쇄 불참 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베이징올림픽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계기로 삼으려는 정부 구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독일의 노르베르트 뮐러 박사는 저서 '올림픽 정신'에서 "쿠베르탱은 올림픽이 지금처럼 돈과 정치에 밀접하게 관련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했을 것"이라고 썼다. '인류의 대제전'인 올림픽이 미·중 냉전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며 정치화되고 있어 안타깝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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