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충무로에서] 'M&A 예고'는 처음 본다

입력 2022/01/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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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50조원이 넘는다. 이런 곳에 몇백억 원, 심지어 몇천억 원의 이익을 내는 기업을 사라고 해도 잘 먹히지 않는다. 겉으로는 반갑게 협상하면서도 '우리가 반도체로, 스마트폰으로 얼마를 버는데'라는 속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삼성에 좋은 인수·합병(M&A) 기회가 많았지만 성사되지 않은 여러 이유 중 하나다.

그런 회사가 요즘 들어 부쩍 M&A 얘기를 한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 등의 얘기가 회사 최고경영진 입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진작부터 삼성이 손을 잡는 곳이 어디일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언급할 정도의 M&A라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삼성의 미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핵심 기술을 갖춘 회사일 수도 있다.


스타트업 수준이 아닌 이런 기업을 인수하는 M&A라면 은밀하게 추진되는 것이 정석이다. 특히나 가격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경영진 차원의 M&A 얘기는 더욱 자제해야 한다. 데드라인을 정해버리는 쪽이 손해를 보는 게 이 동네 정설이다.

삼성과 경쟁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중에서 '조만간 M&A 합니다'라고 예고한 것을 본 적이 없다. 꼭 사야 되는 회사가 있다면 은밀히 협상을 진행해 결정한다.

이러한 공식을 모를 리 없는 삼성인지라 M&A 선언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금 130조원을 들고 있으면서도 '7만 전자'에 갇힌 주가를 원망하는 주주를 위한 것일 수 있고,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임직원을 위한 소통일 수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이후 그의 행보를 주목하는 정부나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일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산업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큰 영향력을 끼치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의무감에서 M&A를 해서는 곤란하다. '삼성은 왜 M&A를 하지 않는가'라는 주변 물음에 쫓기듯 내린 결정이 전장업체 하만 인수다. 10조원을 들였고 5년이 지났지만, 삼성과 하만의 시너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매출 300조원의 삼성전자는 거대한 항공모함에 비견된다. 회전하는 데 수시간이 걸렸던 항공모함은 최근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불과 3분 남짓이면 회전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이번 M&A가 삼성에 속도를 붙일 것인지, 아니면 하중을 늘리는 화물이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삼성의 몫이다.

[산업부 = 이승훈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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