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World & Now] 전미경제학회 중심에 선 한국 학자들

입력 2022/01/18 00:06
'코로나발 인플레이션' 주제로
전세계 석학들 열띤 토론 펼쳐

신현송 국장 등 한국계 학자들
재정·통화세션 주도하며 두각

한미경제학회·매경 포럼선
"포퓰리즘 경계해야" 입 모아
50923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미국에서 한국인 경제 분야 석학을 손꼽는다면…."

최근 주미 한국대사관 핵심 관계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많은 한국계 경제학자들이 미국에서 주류로 자리 잡아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는다"면서 사견임을 전제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을 언급했다.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학계·정부·국제기구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은 이 국장은 복잡한 경제 현안을 간결한 언어로 풀어서 해법을 찾아내는 데 탁월하다. 신 국장은 옥스퍼드대에서 박사를 마치고 프린스턴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하는 등 금융 분야에서 전문성과 국제적 감각을 인정받는다.


두 분 모두 국제기구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한국인이다.

신 국장은 1월 초 열린 2022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세션에 참여해 주목받았다. 그는 빅테크의 지급결제시장 진입과 지배력 강화 같은 디지털 환경 변화에 주목하면서 "CBDC 보급 확대가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거버넌스 설계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는 전 세계 경제학자들의 지식 향연장이다. 올해 총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열렸지만 빌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등 석학들이 총출동했다. 화두는 코로나 시대 인플레이션 경고였다. 이와 맞물려 세션마다 경제이론, 통화·재정 정책, 경제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진 가운데 장유순(인디애나대), 신용석(워싱턴대), 송수용(아이오와대) 등 한국계 경제학자들도 참여해 토론을 펼쳤다.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경제학 게임이론을 왜곡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라고 주장했던 마크 램지어 교수의 논문 오류를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전미경제학회에서 한국 학자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1985년부터 재미 한국계 학자들의 구심점이자 싱크탱크인 한미경제학회가 있다. 우수 논문 발표를 독려하면서 양국 경제학자들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매일경제는 한미경제학회와 동행하면서 매년 전미경제학회 기간에 이코노미스트상을 수여하고 매경포럼을 개최하면서 대한민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매경포럼에 초청된 에미 나카무라 UC버클리 석좌교수는 '예비 노벨 경제학상'인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젊은 석학으로서 글로벌 금리 인상에 따른 국가별 부채비용 급증 가능성을 전망했다. 한미경제학회 정책포럼에서는 경제 분야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동안 한국 기업과 한상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대한민국을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위상을 끌어올렸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학자들의 지식과 혜안이 추가 도약을 견인할 수 있다고 본다. 경제학자들의 활약상이 늘어날수록 한국인 첫 노벨 경제학상 수상 기대도 커질 수 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kkm@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