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최기성의 허브車]“나는 디지털 자연인”…차 샀더니 ‘사랑방’이 생겼다

최기성 기자
입력 2022/01/20 18:13
수정 2022/01/2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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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사진출처=현대차]

“사랑방을 품었다”

자동차가 ‘달리는 사랑방’으로 진화하고 있다. 내연기과 차량보다 공간활용성이 우수한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덕분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뜬 차박(차에서 숙박)도 차를 다목적 생활공간으로 바꿔놓고 있다.

‘바퀴달린 집’ 캠핑카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자연인’을 꿈꾸며 일부러 전원주택을 짓거나 이동주택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바퀴가 닿는 곳에서 자연인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콘센트’가 선사하는 문명의 이기도 누릴 수 있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 ‘디지털 비서’ 알아서 챙겨주기도 한다. 집콕이나 방콕보다 더 나은 차콕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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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역할까지 하는 아이오닉5 [사진출처=현대차]

◆자동차, 태생부터 사랑방

자동차는 원래 사랑방 기능을 갖췄다.


바깥세상과 집 안을 연결시켜주는 공간인 사랑방처럼 차도 바깥세상과 연결해주는 이동수단이자 바깥 세상에서 탑승자들을 보호해주는 휴식 공간이기 때문이다.

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사랑방 역할을 담당했다. 차를 생계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잠시나마 졸음을 쫓고 피로도 풀면서 꿀맛 같은 휴식을 맛볼 수 있는 '차콕(차에서 콕 박혀 지내는 상태)' 장소다.

호젓하게 자동차 안에서 사색하거나 휴식하는 운전자도 많다. 이웃 눈치 보지 않고 혼자서 또는 가족끼리 신나게 소리 지르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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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콘서트홀로 만들어주는 렉시콘 퀀텀로직 서라운드 [사진출처=하만]

이를 눈여겨본 자동차 회사 역시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생활공간을 자동차에 적극 도입했다. 자동차 기술 발전으로 비슷한 가격대라면 성능도 엇비슷해지면서 감성을 충족시켜주는 편의성을 중요한 구매 조건으로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줬다.

마사지 기능, 엔터테인먼트 기능, 공기청정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이로써 자동차는 다방(카페), 노래방, 산소방, 놀이방, PC방 등을 모두 결합해 웰빙·힐링을 제공하는 ‘진짜 사랑방’으로 서서히 진화했다.

내연기관 차량보다 실내공간이 넓은 전기차의 등장으로 ‘사랑방 화(化)’는 가속페달을 밟았다. 예전에는 내연기관을 채택한 소형이나 준중형 차량은 공간 부족으로 ‘골방’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채택한 비슷한 크기의 전기차는 더 넓은 사랑방이 됐다. 현대차 아이오닉5이 대표적이다.

동급 내연기관 차량보다 실내공간이 넓어진데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가능해진 플랫 플로어(Flat Floor)까지 갖춰 쓸 수 있는 공간을 넓혀준다.

아이오닉5는 넉넉한 공간을 무기로 생활과 이동의 경계를 허무는 ‘편안한 거주 공간(Living Space)’을 실현했다.

아이오닉5 백미는 ‘유니버셜 아일랜드(Universal Island)’다. 기존 내연기관의 센터콘솔 자리에 위치한 유니버셜 아일랜드는 15W 수준의 고속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을 적용했다.

위 아래로 나뉜 트레이 구조를 갖췄으며 하단 트레이에는 노트북이나 핸드백 같은 수화물을 수납할 수 있다.

최대 140mm 후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 앞좌석뿐 아니라 뒷좌석 탑승자도 센터콘솔을 수납용도나 충전용도로 쓸 수 있다.

1열 운전석 및 동승석 릴렉션 컴포트 시트(다리받침 포함)는 2열 좌석에 닿을 정도로 눕힐 수 있다. 거실 소파가 부럽지 않다.

전동 슬라이딩 시트를 활용하면 휴식 공간, 일하는 공간, 여가를 즐기는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엔진이 사라진 보닛 안쪽에는 작은 캐리어 역할을 담당하는 공간이 숨어있다. 세면도구, 여벌의 옷, 접이식 우산 등을 수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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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에너지원 V2L [사진출처=현대차]

◆집도 절도 필요없는 디지털 자연인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가 채택한 V2L(Vehicle To Load)을 이용하면 자연에서 문명의 이기를 만끽할 수 있다.


차량 외부에서 일반 전원(220V)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V2L 기능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높은 3.6kW의 소비전력을 제공한다. 아이오닉5 배터리는 4인 가족이 4일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을 보유했다.

야외 활동이나 캠핑 장소 등 다양한 외부환경에서도 가전제품, 전자기기 등을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다.

노트북과 스탠드 램프를 켜 이동 사무실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재택근무 여건이 좋지 않아 카페를 전전할 필요도 없다.

향후 정전 사태 때는 비상용 전원으로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에 배터리를 충전해 적은 비용으로 전력을 쓰거나 거래까지 할 수 있다. ‘움직이는 에너지원’이 된다.

아이오닉5 차체 뒤쪽에 있는 V2L 코드를 활용하면 로봇 바리스타로 커피를 만들거나 헤어드라이·공기청정기를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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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카페이먼트 전용 CU 편의점 서비스 [사진출처=르노삼성] ​

◆자동차를 사면 비서가 따라온다.

음성 인식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비서는 사랑방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준다. 운전자 말 한마디로 시동을 켜고, 끄고, 차량 온도를 맞춰준다. 목적지를 빠르게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넘어서 자주 가는 길들을 알아서 안내해준다.

맛집 찾기 메뉴들을 통해서 새로운 맛집도 찾아준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상품을 받거나 주문할 수 있다.

르노삼성이 선보인 인카페이먼트는 편의점, 주유소, 카페 식당 등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차량 안에서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 최초로 차량에서 식음료를 결제하고 수령까지 가능하도록 해, 더욱 진화된 언택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차와 기아도 디지털 비서를 채용했다. 스마트폰 블루링크 앱을 연동하면 음성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거나 보내주고, 주유소나 주차장 등 제휴 가맹점에서 비용을 지불할 때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차량 내에서 비용을 결제해준다.

쌍용차도 디지털 비서 ‘인포콘(INFOCONN)’을 선보였다. 인포콘 서비스 항목은 안전·보안, 비서, 정보, 즐길거리, 원격제어, 차량관리 등이다. 텔레매틱스의 편리함과 자체 제공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즐거움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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