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최기성의 허브車]“보기에 예뻐도 튀면 안사요”…컬러 선택 ‘개성보단 실리’

최기성 기자
입력 2022/03/18 10:02
수정 2022/03/1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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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세상은 무채색이 점령했다. [사진출처=엑솔타, 벤츠, 제네시스]

자동차 세상에서는 개성 추구가 손해를 본다. 튀는 차는 멋있을지 몰라도 나중에 팔 때는 손해를 볼 때가 많다.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는 중고차 특성상 무난해야 잘 팔리기 때문이다.

자동차 컬러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무난해야 인기다. 흑백사진처럼 단조로운 무채색이 다양한 색감을 지닌 유채색보다 인기다.

건물 위에서 도로나 주차장을 내려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택시,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제외하고는 흰색, 회색, 검은색 등 무채색으로 칠해진 차들이 주류다.

근엄한 사장은 물론 나이 들면 빨강이 좋아진다는 아빠도, 핑크홀릭 엄마도, 빨간 스포츠카가 로망이라는 오빠도 대부분 흑백 차를 가지고 있거나 산다.

요즘 나온 차들은 색감이 다양해져 흑백만 대접받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여전히 무채색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한국만이 아니다. 무채색을 선호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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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제네시스 G80 [사진출처=제네시스]

◆10대 중 8대는 흰색·검은색·회색

15일 글로벌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기업인 엑솔타(AXALTA)에서 입수한 ‘2021년 글로벌 자동차 인기 색상 보고서’를 보면 흑백 전성시대를 파악할 수 있다.

엑솔타는 1953년부터 전 세계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 세계 자동차 인기 색상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자동차 색상 관련 자료다. 자동차 브랜드에도 제공된다.

엑솔타는 자동차 색상을 8가지(기타 제외)로 구분했다. 엑솔타 보고서에 따르면 8가지 색상 중 흰색이 1위를 차지했다.

흰색 점유율은 35%에 달했다. 전년보다 3% 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대세다. 검은색은 19%로 전년과 같았다. 회색은 19%, 은색은 9%를 기록했다.

4가지 색상의 점유율은 82%다. 자동차 10대 중 8대 이상이 무채색으로 칠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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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기 자동차 색상 [자료출처=엑솔타]

◆흰색은 하락세, 회색은 상승세

무채색 중에서도 뜨는 색상이 있고, 지는 색상이 있었다. 흰색 점유율은 지난해에는 3% 포인트 줄었지만 3년 연속 35% 이상을 달성하면서 대세를 기록했다.


검은색 점유율은 2018년 1%포인트 오른 뒤 3년 연속 19%를 유지했다.

상승세를 보이는 무채색은 회색이다. 전년 대비 2019년에는 1%포인트, 2020년에는 2%포인트, 지난해에는 4% 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은색 점유율은 2018년 12%, 2019년 10%, 2020년 9%로 하락 추세였지만 지난해에는 9%를 방어했다.

유채색 체면은 파란색이 챙겨줬다. 점유율은 8%로 전년보다 1%포인트 올랐다. 빨간색은 5%, 갈색은 3%로 지난해와 같았다. 노란색은 전년보다 1%포인트 감소한 2%, 녹색은 1%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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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기 자동차 색상 [자료출처=엑솔타]

◆한국서도 회색 상승세 나타나

흰색을 앞세운 무채색은 대륙에 상관없이 인기를 끌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다만 글로벌 시장처럼 흰색은 소폭 하락, 회색은 소폭 상승세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 흰색 점유율은 32%다. 전년보다 1%포인트 줄었다. 회색은 24%로 전년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검은색은 17%로 전년과 같았다.

반면 무채색 중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은색은 점유율이 5%에 그쳤다. 전년보다 1%포인트 더 하락했다. 파란색(11%), 빨간색(6%)에 밀렸다.

유채색 중에서는 갈색이 3%로 전년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녹색과 노란색은 1%로 전년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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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캐스퍼 [사진출처=현대차]

◆무채색도 ‘색’다르게 진화한다

자동차 업계는 흰색, 검은색, 회색을 앞세운 무채색이 나라에 상관없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튀지 않는 매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자동차는 한번 사면 5년 이상 타기 때문에 개성을 표현한 화려한 유채색보다는 쉽게 질리지 않는 ‘무난한 무채색’을 고르는 경향을 보인다. 중고차로 팔 때도 무난한 무채색이 유채색보다 유리하다.

자동차 브랜드가 잘 팔리고 생산·관리도 쉬운 무채색 색상 위주로 외장 컬러를 선택하도록 강요(?)한 게 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있다.

무채색이지만 색상별로 ‘색다른’ 매력을 지닌 것도 무채색이 장수하는 이유로 꼽힌다. 흰색은 차를 깔끔하면서도 더 크게 보이는 효과를 지닌다. 흰색 선호도가 높아진 이유를 ‘애플 효과’에서 찾기도 한다.

흰색은 예전에는 냉장고나 화장실 타일 등과 연결됐다. 애플이 흰색을 제품에 많이 사용한 이후 훨씬 가치 있는 색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은색이나 회색은 튀지 않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외관 디자인도 돋보이게 만든다. 까다로워진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디자인이 다채로워진 요즘 트렌드에 어울린다.

검은색은 안정감, 강직함, 무게감, 중후함 등의 이미지를 지녔다. 예나 지금이나 대형차 구매자들이 선호하는 색상이다.

무채색의 진화도 무채색 대세에 한몫하고 있다. 유채색이나 펄 등을 결합해 비슷하면서도 다른 색상으로 변신한다.

검은색, 흰색, 회색 등으로 뭉뚱그려 표현하지만 저마다 다른 색감을 지닌다. 희다고 모두 흰 것은 아니고, 검다고 모두 검은 것은 아닌 셈이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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