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최기성의 허브車]테슬라 흉내낸 줄 알았더니…또다시 ‘완벽변신’ MINI

최기성 기자
입력 2022/03/21 15:07
수정 2022/03/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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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스 멀티유스 MINI [사진출처=MINI]

BMW그룹의 프리미엄 소형차 미니(MINI)는 자동차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 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미니는 1957년 태동했다. 레너드 로드 BMC(British Motor Corporation) 회장은 유류 파동을 헤쳐나갈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소형차 개발을 꿈꿨다.

그는 알렉 이시고니스에게 당시 모리스 마이너(Morris Minor)를 바탕으로 '미니어처'와 같이 작은 크기의 자동차를 개발해 달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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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창시자 알렉 이시고니스 [사진출처=MINI]

이시고니스는 ‘작은 차체, 넓은 실내(small outside, bigger inside)’를 지향하며 대중차 설계에 들어가 앞바퀴 굴림방식, 가로배치 직렬엔진 탑재 등 당시의 신기술과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1959년 8월 26일 미니를 선보였다.


발표 당시 이름은 ‘오스틴 세븐’과 ‘모리스 마이너’로 똑같은 차가 이름만 다르게 선보이다가 1969년 미니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로 독립했다.

크기가 3050㎜에 불과하지만 4명의 어른과 짐을 실을 공간을 갖춘 미니는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60년대 최고의 경주용차 제작자였던 존 쿠퍼(John Cooper)가 개발한 미니 쿠퍼는 1964년에서 1967년까지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자신보다 훨씬 더 큰 세계 유수의 랠리 카들을 따돌리고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미니는 이를 통해 당대 최고의 소형차로 인정받은 것은 물론 영국 자동차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시고니스의 공을 기려 귀족 작위를 수여했다.

BMW그룹은 94년 로버에서 인수한 미니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구성한 뒤 2000년에 BMW의 첨단 기술과 기존 20세기 미니의 감성 요소를 접목한 21세기 미니를 발표했다.

새로워진 미니는 2011년 독일의 유력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빌보헤가 선정한 ‘지난 10년간 최고의 차(Car of the Decade)’상을 받으며 21세기의 첫 10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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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세븐 [사진출처=MINI]

◆‘원소스 멀티유스’ 미니, 변신의 귀재

미니는 첫 선을 보인 지 60년 이상 흘렀고 영국 로버에서 독일 BMW로 소속이 바뀌었지만 디자인과 스포티한 성능 등 개발 당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정체성을 지키는 데만 급급하지는 않았다.


복고적이면서도 모던한 감각의 디자인 DNA는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하고 변덕이 심한 소비자들의 개성을 적절히 반영해왔다.

차체도 진화했다. 해치백뿐만 아니라 왜건 스타일인 클럽맨, 오픈카인 로드스터와 컨버터블, 4륜구동 SUV인 컨트리맨, 자동차 디자인의 정수라 부르는 쿠페, 패밀리카인 미니 5도어 등으로 다양해졌다.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를 추구한 셈이다.

미니는 레이싱 혈통답게 고성능 모델인 JCW로도 거듭났다. JCW는 ‘존 쿠퍼 웍스(John Cooper Works)’의 약자다.

더 이상 진화할 게 없다고 여겨졌던 미니는 또다시 진화했다. 미니 브랜드 최초의 순수전기차 ‘미니 일렉트릭’이다.

미니 일렉트릭에 국내 소비자들의 첫 반응은 시큰둥했다. 레이싱카 빰치는 ‘고카트(경주용 소형차)’ 미니가 전기차로 진화한다는 소식에 실망스러운 반응까지 나타났다.

미니만의 통통 튀는 매력을 전기차로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요즘 출시되는 전기차의 절반 이하에 그친 1회 충전주행거리도 실망스러웠다.

테슬라가 가속화한 ‘전기차 대세’에 어쩔 수 없이 합류하기 위해 내놨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반전이 일어났다. 미니 일렉트릭은 사전계약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사전계약에서 올해 국내 도입 물량 90%에 해당하는 700여대가 계약됐다.

디자인은 물론 성능에서도 미니의 장점인 보수적이고 진보적인, 진보적이면서도 보수적인 매력을 더 향상한 게 인기 비결이다.

전기차 흉내를 낸 수준이 아니라 전기차의 장점을 미니에 고스란히 적용해 더 미니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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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캠핑카 [사진촬영=최기성]

◆전기차, 미니에 날개를 달아주다

미니 일렉트릭은 디자인은 미니 그 자체다. 대신 미니의 진화 과정이 그렇듯 기존 미니와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을 추구했다.

전기차에선 장식으로 변한 라디에이터 그릴의 테두리에 미니 고유의 육각형태 라인을 적용했다.


내부에는 블랙 하이글로스 하우징을 장착한 원형 LED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17인치 휠은 작은 사각형 3개와 기다린 직사각형 1개로 구성된 ‘십자가’ 형태다.

기존 미니와 구별하기 위해 악센트도 줬다. 앞뒤 엠블럼과 사이드미러 캡에는 순수전기 모델을 상징하는 ‘옐로우’ 색상을 적용했다. 또 에너제틱 ‘옐로우 S’ 엠블럼을 그릴에 부착했다. 친환경을 상징하는 파랑이나 초록 대신 노랑으로 차별화했다.

실내도 외관처럼 기존 미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일렉트릭 상징 색상인 옐로우를 시동버튼과 기어노브에 적용해 차별화했다.

배터리는 차체 하부 중심에 배치했다. 적재공간은 기존 미니 3도어와 별 차이가 없다. 트렁크 적재공간은 211ℓ,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731ℓ다.

전장x전폭x전고는 3850x1725x1430mm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495mm다. 전기모터 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27.5kg.m, 제로백(시속 0→100km 도달시간)은 7.3초다.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은 32.6kWh, 복합전비는 4.5km/kWh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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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일렉트릭 [사진출처=MINI]

1회 충전주행거리는 159km다. 400km를 넘는 전기차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주행거리 논란은 달리는 맛으로 보완했다. 드라이브 모드는 미드(MID), 스포츠, 그린, 그린 플러스(+)로 구성됐다. 회생제동은 높음과 낮음 2단계로 조작할 수 있다. 시동을 켜면 미드 모드와 높은 회생제동이 작동한다.

저·중속에서는 조용하면서도 부드럽게 움직인다. 노면이 고르지 못한 도로를 지날 때 밑에서 올라오는 자잘한 충격이 적다. 과속방지턱도 기존 미니보다 매끄럽게 넘어간다.

회생제동을 ‘높음’으로 선택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원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가속 즉시 높은 토크를 발휘해 순간 치고 나가는 전기차 특성을 반영, 고속에서는 고카트 성향이 더 강해졌다.

차체 하부 중앙에 배터리를 배치한 효과로 기존 미니보다 무게 중심이 30mm 낮아지면서 고속 안정성도 향상됐다. 앞뒤 무게배분이 50대 50 수준이다.

달리는 맛은 기존 미니보다 더 낫다. 코너링이나 차선 변경 때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중·고속에서 지그재그 구간을 통과할 때도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

기존 미니의 단점이었던 불편한 승차감도 개선했다. 소음·진동이 적은데다 시트도 몸을 안정감 있게 잡아준다.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미니 일렉트릭 쿠퍼 SE 가격은 4560만~4990만원이다. 국고 및 지방자치체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3000만원 중반~4000만원 초반대다. 기존 미니 쿠퍼 SE(4560만원)은 물론 미니 쿠퍼(3930만원)보다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미니 일렉트릭은 기존 디자인과 고카트 유전자에 전기차 특성을 반영, 더 미니답게 진화했다. ‘진짜 미니’로 거듭났다.

물론 종종 장거리 주행을 해야 하는 퍼스트카로 쓰기에는 문제가 있다. 대신 도심 출퇴근용이나 근거리 나들이용 차량, 세컨드카로는 매력적인 차다. 무엇보다 재밌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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