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최기성의 허브車]남말 듣다 남차 산다…‘진짜 내차’ 사려면

최기성 기자
입력 2022/03/31 15:50
수정 2022/03/3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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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현대차]

새차 구입이 전쟁이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발생한 극심한 출고적체 때문에 지금 계약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차들이 수두룩하다.

그래도 새차 구입은 설렘을 선사한다. 그리고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고르는 설렘과 골라야 하는 고민이 한꺼번에 찾아온다. 고민을 넘어 고통을 맛보기도 한다.

집 다음으로 비싼 재산목록 2호이고 경제적 조건, 라이프스타일 등이 모두 달라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이상 딱 맞는 차를 고르기 쉽지 않아서다.

요즘은 1년에 50개 차종 넘는 신차가 나온다. 비슷한 가격대에 살 수 있는 국산차와 수입차도 많다.

경차, 소형차, 준중형차, 준대형차, 대형차, SUV, 미니밴에다 해치백 등 차종도 다양하다. 친환경차도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 하브리드카, 전기차 등으로 세분화됐다.

고민 해결을 위해 주변에 조언을 구한다.


차를 좀 안다는 친구나 동료에게 묻는 게 일반적이다. 포털사이트나 동호회, 유튜브 등지에 나온 신차 정보나 시승기를 참고하기도 한다.

결국 남 말을 잔뜩 머리에 넣은 뒤 시승 없이 차를 사거나 ‘동네 한 바퀴’ 돌아본 채 구입 결정을 내린다. 결국 내 차가 아닌 남의 차를 사 후회한다.

시승은 남 차가 아닌 내 차를 사기 위한 필수 코스다. 물론 전문가가 아닌 이상 차를 타본다고 차를 꿰뚫어볼 수는 없다.

그래도 남 말에 의존하거나 카탈로그만 보고 계약할 때보다 자신에게 맞는 차를 살 기회가 많아진다.

‘백문이 불여일견, 백견이 불여일승(百聞不如一見, 百見不如一乘)’이다.

◆시승 맛집을 찾아라

국산차는 시승센터나 시승거점을 전국 곳곳에 마련해두고 있다.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 등은 웹사이트에서 시승차량과 시승차량 이용 장소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수입차는 대부분 전시장에서 시승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일일이 대리점을 검색하고 시승할 차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영업사원과 연락해 시승 가능 날짜와 시간, 장소 등 스케줄도 잡아야 한다. 번거롭다.

시승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가까운 전시장, 시승 차종, 시승 가능 시간대 등을 좀 더 간편하게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다.


자동차 브랜드가 종종 진행하는 시승 이벤트를 활용하면 좀 더 알차게 시승하고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쉐보레는 수입 대형 SUV 트래버스 시승기회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가족 여행 패키지 ‘트래버스 타고 블랙 어때?’ 이벤트를 4월12일까지 진행한다.

트래버스를 타고 경주와 속초의 최고급 호텔·리조트를 1박2일로 경험할 수 있는 행사다. 여기어때 앱을 통해 4월12일까지 응모할 수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도 카카오골프예약 앱을 통해 4월14일까지 아테온 시승 이벤트 신청을 받는다.

카셰어링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린카와 쏘카 등은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도 다양하게 구비했다. 신형 모델에 큰 변화가 없다면 구형 모델을 카셰어링을 통해 빌려 타봐도 차를 구입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통합 시승 플랫폼으로 신차를 비교해볼 수도 있다. 티오르(TIOR)는 벤츠, BMW 등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의 신차를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시승 예약할 수 있는 실시간 시승 예약 플랫폼이다.

신차 비교 시승, 중고차 시승은 물론 전기차 보조금 계산기 등 전기차 특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시승할 때 감 잡으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밖에서 차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실내에서 볼 때와는 다른 점이 보일 수 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에는 시트가 불편하지 않은지, 운전 시야가 답답하지는 않은지, 스티어링휠(핸들)을 잡은 채 각종 장치를 편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모르는 기능이나 스위치가 있다면 영업사원에게 물어본다.

소음은 시승 때 중요한 점검 사항이다. 시승 코스는 주로 잘 포장된 도로에서 이뤄진다. 엔진 소리, 바람 소리, 타이어가 바닥에 닿을 때 나는 소리 등이 귀에 거슬리지 않는지 신경 써서 파악한다. 포장 상태가 좋은 도로에서 소음이 다소 크게 들린다면 정숙성이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 포장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나 비포장도로에서 시승하면 차 상태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땐 차체 움직임을 느껴본다. 턱과 부딪쳤을 때, 턱에서 내려왔을 때 몰려오는 충격과 진동을 살펴보면 차가 얼마큼 충격을 흡수하고 걸러내는지 파악할 수 있다.

가속·제동 성능, 발에 전달되는 감각, 코너를 돌 때 쏠림 정도 등도 ‘감(感)’으로라도 알아본다.

가족과 함께 시승한다면 앞좌석 말고 뒷좌석에도 타봐야 한다. 뒷좌석 공간은 좁지 않은지, 시트는 불편하지 않은지, 아이들이 멀미를 느끼지 않는지 등을 점검해봐야 한다. 운전자가 좋다고 가족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짐을 많이 싣고 다닌다면 여행용 캐리어나 골프백을 가져가 실제로 트렁크에 넣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공간 활용도를 갖췄는지 파악해본다.

시승을 마쳤다고 차를 파악하는 게 끝난 것은 아니다. 차에서 받은 느낌과 장단점을 따로 메모해둬야 다른 차와 비교할 때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한다면 근처 충전시스템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설치 장소, 충전기 수량, 충전 대기 시간, 관리 상태 등을 파악해야 한다.

사실 시승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문가, 기자, 유튜버가 올린 ‘남들의 시승기’가 만고불변의 진리도 아니다.

같은 차를 탔더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탔던 차종에 따라 사람마다 느끼는 차이가 커지기도 한다. 감을 무시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맞는 차를 고를 수 있는 감을 잡을 수 있다. 남 차 아닌 내 차를 사게 된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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