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최기성의 허브車]언제까지 ‘싼맛’에 탈래…‘도발’ 캐스퍼, 판매 ‘대박’

최기성 기자
입력 2022/04/12 14:16
수정 2022/04/1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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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사진출처=현대차]

경차는 싼 자동차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싸야 한다”고 믿었던 차다.

국민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탈 수 있는 자동차를 목표로 나온 ‘국민차’ 대우 티코 이후 경차는 ‘싼차 대명사’가 됐다.

더 나아가 ‘1000㏄=1000만원’이라는 경차 가격 기준이 생겼다. 경차보다 큰 소형차나 준중형차는 ‘1㏄=1만원’에서 벗어난 지 오래지만 싼 맛에 타는 것으로 여겨진 경차에는 이 인식이 여전히 힘을 발휘했다.

경차는 ‘싼값 굴레’에 빠져 스스로 소비자를 국한시킬 수밖에 없었다. 돈이 부족한 20대가 타는 차, 돈 쓸 필요가 적은 세컨드카로 여겨졌다. 돈을 더 모아 더 큰 차로 옮기기 전 ‘잠깐’ 타는 차라는 인식도 작용했다.

기아 모닝과 레이, 쉐보레 스파크 등은 새로 나올 때마다 가격 논란에 시달렸다.


안전과 편의를 위해 비싼 사양을 넣어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저항도 심해졌다. 아니 심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악순환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작아서 ‘불편’하다, 안전하지 못해 ‘불안’하다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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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가 아토스 단종 이후 19년 만에 선보인 경차이자 국내 최초 경형 SUV인 캐스퍼는 지난해 9월 사전계약에 들어가자마자 더 심한 ‘가격 논란’을 일으켰다. 경차 최초로 2000만원을 돌파한 가격 때문이다.

현대차 임금 절반 수준인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하고 온라인 판매망을 이용해 생산·유통비용이 줄어들어 1000만~1500만원대에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깨졌기 때문이다.

안전·편의사양은 체급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향상됐지만 경차와 찰떡궁합으로 여겨지는 무단변속기(CVT) 대신 구닥다리로 여겨지는 4단 변속기를 채택한 것도 가격 논란을 부채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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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사진출처=현대차]

◆더이상 ‘싼 맛’에 사지 마오

예상 밖 반전이 일어났다. 온라인 사전계약 채널을 연 지 하루 만에 캐스퍼는 완판됐다. 얼리버드 예약(사전계약) 첫날인 지난해 9월 14일에만 1만8940대 계약됐다.

지난해 생산 목표치인 1만2000대를 훌쩍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사전계약 최다 기록도 세웠다.

올해도 인기가 이어졌다.


경차 중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올 1~3월 판매대수는 1만977대다. 쉐보레 스파크(1925대), 기아 모닝(6793대)은 물론 기아 레이(1만382대)까지 제쳤다.

캐스퍼는 쌀수록 잘 팔린다고 여겨졌던 ‘경차 상식’도 완전히 파괴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구매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히려 비쌀수록 인기를 끌었다.

현대차에 따르면 구매자 10명 중 7명(70.3%)은 가장 비싼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을 선택했다. 출시 당시 시작가가 1870만원으로 풀 옵션을 선택하면 2000만원이 넘는다고 비판받았던 트림이다.

1590만원부터 판매되는 중간 트림인 모던은 10명 중 2명(19.5%)이 골랐다. 시작가가 1385만원으로 가장 저렴한 트림인 스마트를 고른 구매자는 10명 중 1명(9.2%)에 불과했다.

또 구매자 10명 중 6명 이상(64.9%)이 일반 엔진보다 더 비싼 터보 사양을 선택했다. 모던은 구매자 10명 중 7명(71.1%)이 멀티미디어 내비플러스를 골랐다.

10명 중 3명 이상(34.7%)은 충돌방지 보조, 안전하차 경고 등으로 구성된 현대 스마트센스를 구입했다.

돈 없는 20대가 많이 구입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깨졌다.


남성 구매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0대(34.7%), 30대(25.1%), 50대(23.5%), 60대 이상(9.8%), 20대(6.9%) 순으로 나왔다.

여성 구매자는 30대(34.3%), 40대(25.4%), 20대(18.3%), 50대(15.1%), 60대 이상(6.9%)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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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사진출처=현대차]

◆‘작은 차 큰 기쁨’ 추구

인기 비결은 경차 규칙 파괴에 있다. 기존 경차와 다른 깜찍하면서도 다부진 ‘경형 SUV’, 차급을 뛰어넘는 공간 활용성과 안전·편의사양 때문이다.

공간은 마술이다. 세계 최초로 운전석·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완전히 접을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조수석 시트를 접으면 그 위에 커피나 노트북을 얹을 수 있다. 작은 카페이자 오피스가 된다.

모든 좌석을 다 접으면 실내 길이가 최대 2059mm까지 나온다. 뒷좌석 시트도 최대 160mm 앞뒤로 이동할 수 있고 39도까지 뒤로 젖힐 수 있다. 웬만한 성인도 넉넉히 누울 수 있는 ‘차박’(차+숙박) 공간이 생긴다.

뒷좌석을 앞으로 밀면 301ℓ 적재공간이 생긴다. 한두명이 캠핑이나 차박을 즐길 때 필요한 텐트, 바바큐 용품, 의자, 테이블 등을 모두 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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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사진출처=현대차]

캠핑이나 차박을 위해 길이 아닌 곳으로도 갈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모던 트림부터는 눈길, 진흙길, 모래길 등 주행조건과 노면 상태에 따라 구동력, 엔진 토크, 제동 등을 통합 제어하는 2WD 험로 주행 모드를 기본 탑재했다.

무엇보다 초보 운전자나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30~40대 여성들이 주로 구입하는 경차이기에 더 중요한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앞 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포함한 7개 에어백이 기본 적용됐다.

경량화 공법인 핫스탬핑을 주요 부위에 집중적으로 적용해 충돌 시 차체 변형을 최소화했다. 고강성 경량 차체 구현으로 비틀림 강성과 평균 인장 강도를 높여 안전성을 확보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차량/보행자/자전거 탑승자),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전방차량 출발 알림 등을 경형 최초로 기본 적용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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