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이진우 칼럼] 경제안보시대 해법은 경제·과학·기술동맹

입력 2022/04/27 00:07
바이든 미 대통령 다음달 방한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계기로
협력모델 상시·상설화 추진을
통화스왑, 원전동맹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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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 입장에선 백서를 수십 권 쓸 만한 대사건이다. 외신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가 무릎을 치는 일이 잦다. 리더십과 에너지·식량 안보, 군사 기술, 시가전 교리에 이르기까지 되새길 만한 교훈이 쏟아진다. 그러나 숱한 교훈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그것은 동맹의 중요성이다. 지금 우크라이나 국민이 겪는 참상은 믿을 만한 동맹을 못 얻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차이도 동맹의 유무다.

요즘 '경제안보'라는 말이 뜨고 있다. 그런데 한미동맹의 지난 68년이 그러했다. 군사, 안보 분야에 그치지 않고 경제, 산업, 과학기술에 이르기까지 동맹 관계를 유지했다. 다만 협력장치가 상시화, 상설화, 체질화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작년에 끊긴 한미 통화스왑과 초기에 심각했던 코로나 백신 공급난이 그런 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여건으로 따지면 매우 위태로운 타이밍에 정부를 넘겨받는다. 핵심 지표인 금리, 환율, 물가, 경상수지가 일제히 악화하는 시점이다. 과거 이런 정부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김대중정부가 외환위기 직후 집권했다지만 그때는 이미 발생한 위기를 수습하는 단계였다. 그에 비해 윤석열정부는 열악한 상황을 뚫고 위기를 막아내야 하는 책무를 짊어지고 있다.

불길한 징조는 서서히 국민들의 일상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작년 초 달러당 1080원대였던 환율이 이번주 달러당 1252원을 찍었다. 10만달러의 유학 자금을 마련한다고 치면 1년여 만에 1700만원의 부담을 더 떠안게 생겼다. 예전에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이 늘어나 나라 경제에는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금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하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교란 영향으로 무역수지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갈수록 태산인 상황이다.

이미 미국은 거침없는 금리 인상 국면에 돌입했다. 다음달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어영부영 기정사실로 만들더니 며칠 전부터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의 밑자락을 깔고 있다. 물론 한국도 금리 인상 행진에 동참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만큼 금리를 올릴 수 있을까. 솔직히 회의적이다. 1800조원의 빚을 떠안은 가계의 아우성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미국을 쫓아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그 폭은 미국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원화 값어치가 떨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결국 연말쯤 경상 적자가 누적되고, 외국 자본이 앞다퉈 탈출하며, 환율이 치솟고, 수입물가가 앙등하는 사태를 지켜보게 될지도 모른다. 또 다른 금융위기를 두려워하면서 말이다.

기업들도 초조하긴 마찬가지다.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훼손, 각국 정부의 긴축 전환으로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벌써부터 올해 목표치를 낮춰 잡으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렇다고 승부를 걸 만한 미래 승부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영부영하다가 수출까지 꺾이면 그야말로 절벽이다. 이 모든 난제들은 고스란히 윤석열정부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마냥 불운한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역전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그 또한 한미동맹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20일께 한국에 온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열흘 만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명실상부한 경제-과학-기술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할 수만 있다면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산발적이었던 한미 협력모델을 견고한 상시 시스템으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환율 문제는 한미 통화스왑을 상설화하면 단박에 해결된다. 그렇게 달러 걱정이 사라지면 유연한 금리, 물가 정책이 가능해진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협업체제에 이어 한미동맹이 C테크(기후기술) 동맹으로 확장될 수 있다면 기후 시장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 글로벌 원전 시장이 그중 하나다.

[이진우 국차장 겸 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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