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용산개벽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손현덕 칼럼]

입력 2022/05/04 00:07
수정 2022/05/04 06:44
尹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 ⑤

어제 용산서 무엇을 보셨나요
10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가
서울도심 한복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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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천재 건축가 한 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늘처럼 햇살이 따사로운 5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70을 조금 넘기셨으니 참 아까운 나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건축 하면 이분을 빼놓을 순 없습니다.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은 김중업과 김수근입니다. 이들 문하에 수많은 제자들이 있는데 다 어느 한쪽의 제자입니다. 그런데 겹치기 제자가 한 명 있습니다. 바로 김석철입니다.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할까요.

만 26세에 지금의 여의도 설계를 진두지휘했고 예술의전당 국제현상공모에 당선되면서 스타 건축가로 떠올랐습니다. 이때 김석철은 두 스승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모두 물리쳤습니다. 그리고 천재의 안목은 한반도를 넘어 해외로 뻗어나갔습니다.

돌아가시기 3년 전입니다.


어제 매일경제가 주최하는 국민보고대회에 와보셔서 아시겠지만 9년 전 저희는 도시경쟁력을 주제로 같은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서울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 수 있겠느냐는 고민을 했습니다. 최고의 선생을 찾았습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선생은 50대 후반 식도암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투병 중인데도 도시 얘기를 꺼내자마자 눈빛이 달라지며 온몸에 에너지가 충만해졌습니다. 목에선 쇳소리가 났습니다만 열변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랑 이 프로젝트를 같이한 송성훈 디지털테크부장이 당시의 취재기록을 다시 꺼내 지난달 29일자로 '김석철의 용산 그랜드디자인'이란 칼럼을 썼습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야심 찬 도시선언을 해보자는 제안을 합니다. 천재다운 발상이지요.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도시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건 IQ 150이 넘는 사람 몇 명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요. 그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그가 초안을 쓰고 다른 4명의 전문가가 다듬어 만든 게 서울창조도시선언문입니다.

어제 매일경제가 발표한 '용산 르네상스'가 시즌2입니다. 그동안 세월이 흘러 정치, 경제 상황이 변하고 주변 환경도 바뀌었습니다.


그런 요인들을 다 감안해 이번에 새로 보고서를 냈습니다. 그러나 9년 전 도시선언을 할 때와 철학은 같습니다. 골자는 이렇습니다.

"도시 전역에서 지식과 산업의 폭발을 가져올 순 없다. 그건 인구 10만명 정도의 소도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도시의 심장부를 잡아야 한다. 도심을 내팽개치고 성공한 도시, 성공한 국가는 없다. 그래서 중심을 폭발시켜 변방으로 확산하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 서울이 아직 세계도시가 되지 못한 것은 19세기 런던의 더시티, 20세기 뉴욕의 월스트리트 같은 창조적 인간군을 조직화할 도시구역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 지도를 펼쳐 보면 도심이 어디인지는 분명합니다. 용산입니다. 거길 특별자유구역으로 하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전 어제 당선인께서 행사를 마치고 옥상에 올라가 그 일대를 찬찬히 둘러보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시고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우리의 청사진을 듣고 가슴 뛴다고 말할 때 진심이 느껴지지 않던가요.

저희가 용산을 다시 조망한 것은 단지 대통령 집무실을 이곳으로 옮긴대서만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제국주의의 욕망에 희생돼 왔던 수도 서울의 심장을 이제 세계 10위의 선진국에 걸맞게 재창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입니다. 그래서 당선인이 축사에서도 말씀하셨듯이 시민의 행복은 물론이고 경제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역동적 도시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용산에서 100년 후 한국의 미래를 그려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용산개벽 한번 해보시지 않으시렵니까?

[손현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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