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정유라·조민 그다음 표적 [최경선 칼럼]

입력 2022/05/12 00:07
수정 2022/05/12 00:18
의혹을 꺼내드는 의도가
앙갚음에 있어 보인다
헛발질하는 의원들이
우습고도 모질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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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씨가 6년 만에 뉴스의 인물로 다시 등장했다. 2016년 광화문 광장을 분노의 촛불로 가득 차게 만든 인물 중 하나다.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당시 그가 했다고 전해진 이 말은 평범한 시민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촛불의 시기에 국민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던 정씨가 이달 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4명을 명예훼손·모욕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2014년 친구와 다투던 중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고 보낸 이 SNS 메시지를 조 전 장관이 취지나 시기를 왜곡해 인용했다고 주장했다. 국정농단 사태 때 정씨가 국민을 상대로 훈계하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촛불의 기폭제가 된 인용문이 정상적으로 인용된 것인지 아닌지는 이제 법정에서 가려질 일이다.


정씨는 자신이 겪었던 모진 경험도 함께 토로했다. 간추려 보면 이런 내용이다. "압수수색 나왔을 때 이미 30주가 넘은 만삭이었다. 출산일이 언제냐고 묻길래 수술 날짜를 알려줬더니 다음날 병실로 압수수색 나왔다. 저는 수술해서 가운 하나 입고 있는데 아기만 신생아실 보내고 진술하게 했다. 이게 6년간 민주당이 묵과한 인권"이라고 했다.

그와 어쩔 수 없이 비교되는 인물이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다.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던 조 전 장관이 2019년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국민들의 분노가 타오른 이유는 모두가 아는 것과 같다. 각종 입시비리 의혹 탓이다. 정씨 가족을 덮쳤던 것과 같은 고통이 조씨 가족에게도 닥쳤다.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정씨가 대학·고등학교 입학을 차례로 취소당하고 '중학교 졸업자'가 된 것처럼 조민 씨도 고등학교 졸업자가 될 처지다. 의혹이 제기된 지 2년여 만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과 고려대 입학을 차례로 취소당한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은 "아비로서 고통스럽다"고 했는데 이런 상황에 닥치고서도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 아버지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 고통을 이해한다고 해도 그와 그의 지지층이 보여온 행동들은 납득하기 힘들다. 세상의 모든 정의를 독점한 것처럼 행동하던 그들이 조국사태 후에는 세상의 모든 고통을 자신들이 짊어진 듯 피해의식을 표출하고 있는 탓이다. "압수수색을 70번이나 당했다"거나 "대학생 딸의 일기장까지 압수당했다"며 검찰 수사에 먼지털기식이라고 반발했다. 2019년 9월에는 조국 일가 수사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서울 서초동에서 열리는 초유의 사건까지 벌어졌다. "울고불고하는 애를 붙잡고 홀로 6년을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는 정씨와 비교하면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

조국 일가 수사를 주도했던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의 딸을 겨냥해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너도 당해봐라"는 식으로 퍼붓는 공격은 그런 저항의 결정판이다. 어느 민주당 의원은 이렇다 할 증거도 없이 짜증과 고성만 연발하다가 지지자들로부터도 "술 취했나" 소리를 들었다. 과잉수사였다며 압수수색 70번이나 일기장 압수 얘기를 꺼냈다가 "그런 일 없다"는 한 후보자의 역공에 번번이 입을 다물기도 했다. 이들이 1989년 5공 청문회에서 사자후를 뿜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임자들이라니 더 한심하다. 당시 초선이던 노 전 대통령은 송곳 질문으로 장세동 전 안기부장의 말문을 막았다. 지금 민주당 의원들은 연이은 헛발질과 실수로 국민의 말문을 막히게 한다. 최근 정씨는 "우리 아이들도 한동훈 후보자의 딸도 모두 어린아이일 뿐이다. 부디 지켜달라"고 했다. 오죽하면 그런 탄식이 국회의원의 백 마디 장광설보다 기억에 남겠는가.

[최경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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