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이상훈의 터무니찾기] 감동은 없고 셈법만 보인 李·安 출마

이상훈 기자
입력 2022/05/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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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 결국엔 사람의 일인지라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 지지율이란 것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마음을 얻은 결과가 그저 숫자로 나타난 것뿐이다. 경쟁자보다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끌어낸 자가 선택받고 지도자가 된다.

사람들이 마음을 주는 건 한 정치인의 근사한 모습, 혹은 가슴을 휘어잡는 생각과 생각을 전달하는 언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가 살아 온 시간과 경험에 대한 경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감동을 주는 명분이 있을 때 정치인에게 마음을 준다. 명분이 너무도 뚜렷하다면 열렬한 지지자가 된다.

요즘 두 명의 정치인이 분주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다. 이제는 각각 민주당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와 국민의힘 경기 성남분당갑 보궐선거 후보가 됐다.


한 명씩 따져보자.

먼저 이재명 후보. 명분과 관련해서 첫째는 출마 자체에, 둘째는 왜 인천이냐는 것에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 대선이 끝난 지 겨우 두 달이 됐다. 대선에 패한 후보다. 패배에 대한 책임과 수습이 남았다. 정치적 휴지기가 필요하다는 '고언'들이 쏟아졌지만 기어코 출마를 선택했다. 마지막까지 측근들은 말렸다고 한다. 일단 이 지점에서 명분이 달린다.

인천 계양을로 간 것은 더 긴 질문의 꼬리를 남긴다. 이 후보의 연고를 따진다면 경기도이고 그중에서도 성남시, 더 좁히면 거주지인 분당이다. 그리고 이번 보궐선거에선 분당갑도 있다. 얼마 전 이 후보는 왜 분당갑이 아니고 계양을이냐는 질문에 "대선 전 후보로서 당을, 전국을 대표하는 입장이라면 특정 지역의 연고를 따지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대선후보였으니까 어디든 출마할 수 있다는 건 궁색하다. 만약 분당갑에 출마했다면 명분의 일부라도 챙길 수 있을 텐데 그것마저도 없다. 게다가 계양을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던지고 떠난 민주당의 텃밭이다.


일부러 비워준 것이냐, 당선에 용이한 지역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명분이 약하니 당연히 감동도 없다.

다음은 안철수 후보. 대선 때 중도포기하며 단일화란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원했다. 그리고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다. 먼저 손을 들었던 분당갑의 당내 경쟁자는 스스로 물러났는데, 얼마 뒤 보훈처장에 임명됐다. 이쯤 되면 안 후보의 '공로'에 대한 보답이 보궐선거 출마가 아니냐는 시선을 피할 길이 없다. 안 후보는 서울 노원에서 국회의원을 했었고 그곳을 지킨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돌연 분당갑에 자리가 비자 출마했다. 안 후보와 같은 정당 소속인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떠난 곳이다. 안 후보는 "판교가 처음 IT밸리가 됐을 때 가장 먼저 사옥을 지은 곳이 바로 안랩"이라며 "이곳의 발전 가능성을 누구보다 먼저 알고 투자했다"고 강변했다. 실같이 가느다란 명분이다. 차라리 인천 계양을로 갔다면 험지에 도전한다, 이재명이란 대선 경쟁자와 겨룬다는 명분이라도 있었을 거다.

이 후보나 안 후보 모두 의원이 돼서 당대표가 되고 그다음에 대선에 재도전하려는 것 같다. 그런데 각자 유리한 곳을 선택해 급하게 나왔다. 유권자의 마음을 여는 감동은 없고 셈법만 보인다. 대권이란 큰 꿈을 꾸는 정치인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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