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박정철 칼럼] 尹, 노조만 쳐다봐선 노동개혁 요원하다

입력 2022/05/19 00:07
文 5년간 '노조공화국' 방치
성장 위해 노동시장 수술해야
노조 선의에 기대선 좌초 우려
법치 세우고 노사 균형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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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저지른 최악의 실정 중 하나는 대한민국을 '노조공화국'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전 정권은 '촛불청구서'를 들이민 노동계 눈치를 보면서 최저임금, 주52시간제, 중대재해법 등 친노조 반기업 정책을 밀어붙였다. 유럽 진보성향 정권인 스웨덴 사민당의 페르 알빈 한손 전 총리와 독일 사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지지세력인 노동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며 '살트셰바덴 협약' '하르츠 개혁' 같은 사회적 대타협을 이끈 것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은 것이다. 민주노총 등 전체 노동자의 10%도 안되는 강성 귀족노조가 제 잇속만 채우면서 경제성장 동력이 둔화되고 국가경쟁력도 훼손됐다.


지난 5년간 37만개 제조업 일자리와 기업 투자액 56조원이 해외로 순유출된 것은 이 같은 '노조천국'과 겹겹 규제가 빚은 참사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노동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노동 개혁이 뒷전으로 밀린 탓이다. 윤정부로선 대선 때 러브콜을 보낸 한국노총만이라도 정책 파트너로 삼기 위해 전략적 고민을 했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한국노총을 찾아 "변함없는 친구로 남겠다"고 하고, 한국노총 출신을 고용노동부 장관에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세 불리기 경쟁 탓에 정체성을 잃고 노조 이익만 챙기려 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실제로 한국노총 위원장은 16일 친정을 찾아온 이정식 고용부 장관에게 "노동의 주변화·고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세계적으로도 노동계와 정책 연대를 하는 나라는 포퓰리즘으로 유명한 남미 일부 국가뿐이다(김태기 전 단국대 교수). 더구나 노동시장 대수술에는 노조의 집단적 반발과 저항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개혁은 언제든지 좌초될 우려가 크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한 항공관제사 노조원 1만3000명이 불법 파업에 나서자 "법은 법"이라며 노조와 타협하지 않고 복귀 명령을 거부한 1만1500명을 무더기 해고했다. 국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도자의 모습에 미국 국민은 박수를 보냈고, 그의 강력한 리더십은 미국이 최대 강대국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됐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또한 '노조의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내세워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개혁을 추진해 '영국병'을 치유했다. '바세나르 협약'을 주도한 뤼트 뤼버르스 전 네덜란드 총리 역시 "이대로 가면 모두가 망한다"며 노조 양보를 끌어내 복지병을 타파했다.

윤정부도 더 이상 노조의 일방적 선의에만 기대선 안된다. 엄정한 법치로 노조의 불법과 횡포를 바로잡고 노사 간 힘의 균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단호한 의지와 실천력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노동단결권을 강화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발효에 맞춰 기업에도 노조 파업에 맞설 수 있는 대항권을 주는 것이 시급하다. 노조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이미 시행될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 게다가 선진국들은 사용자에 대한 부당 노동행위와 형사처벌 규정도 없다.

노동 개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 활력을 높이고 성장과 번영의 길로 나가는 데 필요한 최우선과제다. 최저임금 합리화,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 개선, 근로시간 유연화 등을 통해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벗어나야 구조적 저성장 추세에 놓인 우리 경제가 성장동력을 회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다. 윤정부는 전 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서둘러 노동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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