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World & Now] "내가 중국에 살아보니"

입력 2022/05/24 00:05
"잊고있던 사회주의 민낯 봤다"
개인의 자유를 휴지조각 취급
무자비한 코로나 봉쇄 정책에
中거주 한국인들 좌절감 느껴

외국인 인재 대규모 탈출러시
전세계 반중정서 확산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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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해보니."

묘하게 설득력을 주는 말이다. 온라인 세상에서 체험기, 사용기 등이 널리 읽히는 이유다. 타국살이에도 유사한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누구에게나 낯선 이국땅에서의 삶은 두려운 법. 먼저 살아본 사람들에게 질문이 쏟아진다. "직접 살아보니 어때요?"

오늘 2명의 이야기를 전한다. 2명은 험난한 팬데믹 시기를 중국에서 보내고 있는 한국인들이다.

베이징에서 4년째 기업 주재원으로 근무 중인 A씨. 그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다. 취업 후 중국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중국 관련 업무를 많이 했다. 그러다 정해진 운명처럼 중국에서 일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소위 '중국통'이라고 불리는 인재였다. 그와 사석에서 대화할 때면 중국에 대한 애정을 문득문득 엿볼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귀임 명령이 떨어졌다.


조촐한 송별회 자리가 마련됐다. 기억에 남는 건 의외의 송별사다. "이제는 중국과의 질긴 인연을 끝내고 싶다."

그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휴지 조각처럼 취급하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내가 잊고 있었던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줬다"고 했다.

봉쇄 상태인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는 B씨는 2009년 처음 중국 땅을 밟았다. '기회의 땅' 중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청춘을 바쳤던 그다. 그런 그가 이제 중국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50일 넘게 아파트에만 갇혀 있는 B씨는 우울증이 찾아올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에 확진될 경우 마치 감옥과 같은 열악한 시설에 끌려가야 한다는 공포감이 매일 밤 그를 짓누른다. 부모와 떨어져 강제 격리돼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의 모습, 주인이 격리돼 혼자 남겨진 반려견을 방역 요원이 둔기로 때려죽였다는 뉴스는 분노마저 치밀게 한다.

물론 A씨와 B씨가 중국 내 모든 한국인의 중국살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무자비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중국 내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실망감과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탈중국 행보에 대한 외신 보도도 쏟아진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올여름 외국인 인재들의 대규모 엑소더스를 예상하고 있고, 해외에서 중국으로 오겠다는 직원은 더 적다"고 했다.

하지만 공산당은 오히려 "제로 코로나 정책은 과학적이고 효과적"이라며 추켜세운다. 시진핑 주석은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반중 정서가 악화되자 사랑스럽고 존경받는 중국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이념적 차이에서 오는 반중(反中)이 아닌 '체험형 반중'은 중국에 훨씬 뼈아프다.

A씨와 B씨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중국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까. 제로 코로나로 폭망한 건 중국 경제만이 아니다. 중국의 국가 이미지가 되돌릴 수 없는 길로 가고 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iss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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