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충무로에서] 高물가 대응에 성공하려면

입력 2022/05/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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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입장에서 물가 상승은 세금과도 같다. 세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물건값이 올라가니 돈의 값어치는 떨어지고, 구매력이 줄어드니 소비가 준다. 국민이 물건을 안 사니 기업들도 돈을 못 벌며 투자와 고용을 줄인다. 전형적인 물가 상승의 부작용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이 물가 함정에 빠져버렸다는 점이다.

지난달 물가는 4.8% 올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로 치솟았는데 올 1분기 가계 평균 소비성향은 역대 최저(65.6%)를 기록했다. 물건값이 비싸지자 지갑을 닫는 국민이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당초 정부가 목표했던 올 3%대 성장(3.1%)은 물 건너갔고, 그나마 2%대 중후반으로 낮아진 성장 전망을 떠받치는 게 민간소비다. 하지만 고물가에 가계 구매력이 줄며 민간소비마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고물가 해법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에너지·곡물·생산원료에 대한 전방위적인 관세 인하부터 단행해야 한다. 최근 물가가 급등한 이유 중 열에 여덟(85%)은 휘발유, 가공식품, 외식비 상승 때문에 발생했다. 관세 인하를 통해 생산물가 상승의 길목부터 잡는 처방이 필요하다. 이 조치는 2~3분기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물가는 지난해 10월 3.2%를 돌파하며 고공 행진하기 시작했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물가 상승세는 10월 이후 점차 둔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때 변수는 9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기대 인플레이션(3.1%)이다. 10월 전까지 기대 인플레를 얼마만큼 냉각시킬 수 있을지가 정책 성패의 가늠자다. 만약 이 기간 기대 인플레 진화에 실패하면 5%대 물가 공포가 확산되며 조기 진화에 실패할 공산이 크다.


절대 꺼내서는 안 되는 패도 있다.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2차 추가경정예산 증액이 대표적이다. 이미 정부 추경 계획상 다음달부터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는 25조원어치 현금이 풀린다. 이 돈은 생산성을 늘리지는 못하고 물가만 0.16%포인트 올릴 것(한국개발연구원(KDI) 추산)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추경 자금이 풀리는 6월은 물가 단기 정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지난해 6월 2%대 중반이었던 물가가 일시적으로 2.3%로 가라앉으며 기저효과 여파가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고물가 국면이다. 지극히 섬세한 정책 집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새 정부 경제정책 내공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

[경제부 = 김정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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