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尹정부 바닥지지율 출발이 행운인 까닭은 [매경포럼]

입력 2022/05/24 00:07
수정 2022/05/24 06:33
국민갈라치기 팬덤정치 경계
상식적 대통령되면 반등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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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민주화를 쟁취한 1987년 체제 이후 윤석열 대통령만큼 낮은 지지율로 출범한 정권은 없었다. 당선인 신분일 때 지지율이 3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취임 후 50% 초반까지 반등했지만 역대 정권과 비교하면 여전히 현저하게 낮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지지율이 90%에 육박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80%대였다. 퇴임 전날까지도 현직보다 높은 지지율에 취해서였을까.

청와대를 떠나는 날 문 전 대통령은 "다시 출마할까요?"를 외쳤다. 농담이었겠지만 임기 말 언론 인터뷰를 떠올리면 의미심장하다. 대선 패배 질문에 그는 "링 위에 올라가지도, 입도 벙긋 못 했는데 선거에 졌다 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재명이 패배한 거지 '내가 진 건 아니다'라는 놀라운 상황 인식이다.


'정권 재창출 실패=문정권 실패'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으로도 들린다. 실제로 문 전 대통령은 작심한 듯 정권에 대한 비판도 사과도 모두 거부했다. 새 정부 집무실 이전도 마지막까지 덕담 한마디 없이 재만 뿌린 채 떠났다. 현직보다 지지율이 높았다지만 그래도 지난 5년간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50%를 훌쩍 넘어섰다. 긍정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전 정권에 대한 심판이다. 문 전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이처럼 사과 한마디 없이 어깃장을 놓고 떠난 건 국민 전체가 아닌 지지층만 바라보는 팬덤정치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바뀐 게 없다. 본질은 정권을 잃은 건데도 '졌잘싸' 집단 최면에 빠져 있다. 대선 패배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서울시장,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지방선거 전면에 나선 것부터가 비정상이다. 압권은 패배한 대선후보의 명분 없는 정치 복귀다.


그것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 보궐선거에 출마했으니 지역주민이 뜨악할 만하다. 역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자당 의원을 무소속으로 신분세탁해 '검수완박'을 강행 처리한 건 이미 4류인 우리 정치가 얼마만큼 더 타락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국민들은 이 같은 전 정권의 비상식에 절망했다. 상식적인 국정운영만 해도 윤석열정부 지지율이 낮은 만큼 더 큰 폭으로 반등할 개연성이 높다.

잘못했으면 제발 사과·반성하고, 이념 대신 과학과 팩트를 따르고, 네 편 내 편 가르지 말고, 어느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도록 법치를 확립하고, 내로남불과 남 탓하지 말고, 염치를 차리는 대통령이 되면 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팬덤정치를 경계해야 한다. 통합과 화합, 소통의 미사여구로 가득 찬 5년 전 취임사를 관통하는 화두가 "지지하지 않은 국민까지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이대로만 했다면 문 전 대통령은 통합의 대통령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정반대로 행동했다. 강고한 진영논리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이를 자양분 삼아 정권을 유지했다.


청와대 문을 나서는 날까지 지지층을 향해 "여러분 제가 성공적인 대통령이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지지층은 당연히 함성으로 답했다. 제대로 된 답변을 들으려면 지지층이 아닌 국민에게 질문을 던져야 했다.

일단 윤정부는 전 정권과 달리 통합의 첫 행보를 잘 내디뎠다. 여당 의원들과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시민"이라는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향한 용기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할 만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쇼라고 폄훼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신경 쓸 필요조차 없다.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된다면 이 같은 쇼는 더 많이 할수록 좋다. 5·18 민주화운동을 진보진영 전유물인 것처럼 독점하려는 사람들이 바로 국민 갈라치기를 획책하는 반민주세력이다. 통합 발걸음에 심통이 났는지 "국민의힘은 학살세력의 후예"라는 식으로 상처를 할퀴고 후벼 파는 증오와 분열의 언어를 남발하고 혐오의 정치를 하는 세력은 결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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