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필동정담] 박물관 닫은 대통령의 만찬

입력 2022/05/2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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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란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35번이나 강조했던 그 자유의 의미는 무엇일까. 국립중앙박물관이 21일 한미정상회담 만찬 장소로 사용되면서 하루 휴관했다는 소식에 나는 '자유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솔직히 나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사랑한다. 종종 방문한다. 아들과 나란히 앉아 '금동반가사유상'의 미소를 보곤 했다. 내가 잘못한 일, 남이 내게 잘못한 일, 그 모든 업보를 미소로 흘려보내고 미래를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초인(超人)의 얼굴'을 나는 사랑한다. 박물관에 서면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관람객의 눈빛과 조심스러운 말투에서 그들의 문화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박물관이 누군가의 만찬을 이유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순간 분노를 느꼈다.


'박물관을 관람할 시민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21일은 토요일이다. 관람객이 많은 날이다. 일주일 전 토요일만 해도 1만6700명이 박물관을 찾았다. 당일 '고 이건희 회장 기증전'만 오후 2시 반까지 입장이 가능했고 나머지는 모두 문을 닫았다고 하니 적어도 1만명 이상이 박물관을 관람할 자유를 놓친 셈이다. 미리 표를 예매한 이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누군가는 내게 "양국 대통령이 국가 중대사를 논하는 만찬이니 박물관이 하루쯤 휴관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개인의 작은 자유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하라'는 뜻이리라.

물론 공익을 위해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수단으로는 그 공익을 달성할 수 없을 때로 한정해야 한다. 정부가 시민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없는 만찬 장소를 찾는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 의문이다. 그런 장소는 서울에 없다는 뜻인가.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는 보편적 가치"라고 했다. 시민이 일상에서 누리는 작은 자유를 소중히 할 때 자유의 보편성을 지킬 수 있다. "21일 말고 다른 날 관람하라"고 하는 건 일상의 자유를 양보하라는 뜻이고, 그런 양보가 쌓이다 보면 자유는 보편성을 잃는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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