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최기성의 허브車]‘K카 한류’ 이끌었는데…'국산차 허브' 중고차 수출, 복병 만났다

최기성 기자
입력 2022/05/31 14:17
수정 2022/06/02 09:36
480048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수출용 중고차 선적 장면 [사진출처=오토위니]

해외 바이어 발을 묶어 버린 코로나19 직격탄도 이겨낸 중고차 수출이 위기에 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일으킨 우크라이나 침공 ‘탓’이다.

31일 중고차 수출업계와 수출 플랫폼 오토위니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중고차 수출 대수는 총 10만135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만2632대보다 10%(1만1280대) 가량 감소했다.

대륙별 수출대수를 살펴보면 중동에 6만3418대, 중남미에 1만2736대, CIS(옛 소련 독립국가연합)에 8195대, 아시아에 7303대, 아프리카에 5583대로 집계됐다. 모든 지역에서 중고차 수출이 감소했다.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고차 수출 통계를 집계하는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분석에서도 수출 감소 심각성이 드러났다.


올 1분기 수출을 위해 자진말소된 차량 대수는 7만5234대로 전년동기보다 0.7% 감소했다. 그러나 4월에는 전월보다 15.6%, 전년동월보다 21.5% 감소한 2만4142대에 그쳤다.

수출로 많이 나가는 현대 뉴 아반떼 HD는 전년동월보다 21.5%, 현대 포터2는 24.7%, 기아 봉고3는 30.8%, 현대 LF 쏘나타는 23.1%, 기아 뉴 스포티지는 43.4% 각각 감소했다.

중고차 수출업계는 고유가, 강달러, 물류난이 맞물린 결과라고 풀이했다. 선복(선박의 화물 적재공간)이 늘어난 신차 수출에 할당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480048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해외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기아 스포티지 [사진출처=기아]



◆전쟁 발발 후 CIS 수출 타격

무엇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난 2월 침공하면서 CIS 수출이 타격을 받았다. CIS는 중동과 중남미에 이어 국산 중고차가 많이 수출되던 지역이다.


올 1~4월 국산 중고차가 많이 수출된 국가를 살펴보면 리비아(2만6536대), 터키(1만2214대), 이집트(9121대), 요르단(8579대), 칠레(6564대), 몽골(3022대), 캄보디아(3010대), 예멘(2978대), 도미니카(2795대), 과테말라(2697대), 가나(2094대) 순이다.

CIS 국가는 수출 톱 10에 없다. 지난해에는 달랐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20년부터 국산 중고차 수출이 활기를 띤 국가다.

수출대수는 2019년 2341대, 2020년 9351대, 지난해 1만6345대로 급증했다. CIS 국가 중 수출 톱10에도 포함됐다.

전쟁이 터지기 전인 지난 1월에도 776대가 수출됐다. 전쟁이 발발한 2월엔 566대로 줄었다. 3월에는 3대로 급감했다. 결국 수출 톱 10에서도 제외됐다.
480048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우크라이나에서 인기높은 현대차 싼타페 [사진출처=현대차]



◆중고차 수출, 자동차 전체 생태계와 관련

중고차 수출 감소는 단순히 수출업체에만 타격을 주지 않는다. 국내 전체 자동차 생태계를 위협한다. 중고차 수출이 국내 자동차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폐차 위기에 처했거나 헐값에 처분될 중고차는 ‘수출 역군’이라는 칭송과 함께 국내보다 더 좋은 값에 해외로 판매돼 외화를 벌어다준다. 국내에 새로운 신차·중고차 수요를 창출시켜준다.

또 신차가 진출하지 못한 나라에 먼저 들어가 한국산 자동차 수요를 이끌어낸다.

한국산 중고차는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산차 장점인 풍부한 옵션에다 품질도 예전보다 향상됐기 때문이다.

중고차에 대한 호평은 신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또 중고차가 잘 팔리기 시작되면 해당 국가에서 연식에 제한을 둔다. 이는 신차 수요로 이어진다. 국산 신차가 수출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중고차 수출로 덩달아 정비 수요가 늘어난다. 부품이나 용품 수출이 활기를 띠게 된다. 자동차 관련 금융회사들도 기회를 얻게 된다.

중고차를 허브로 신차, 부품, 용품, 금융 등을 연결하는 자동차 생태계가 구축되는 셈이다.

한지영 오토위니 대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고차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며 “생존을 위해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중고차 수출 전략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