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김대영 칼럼] 대통령은 '반도체 사령관' 지명하라

입력 2022/06/08 00:07
도돌이표 반도체 규제
여러 부처 걸려 복잡다단
대통령이 사령관 지명해
복합문제 단번에 해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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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 사랑은 각별하다.

7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반도체를 국가 안보자산이자 핵심 산업으로 정의했다. 용산 집무실 벽에는 특이한 그림까지 걸어 놓았다. 발달장애 화가(김현우)가 파랑, 노랑 바탕에 수학 공식을 빼곡히 적은 '수학드로잉'이다. 최근 윤 대통령은 이 그림 앞에서 취임식 때 초대한 국민대표들에게 "제가 작년에 서울대 반도체공학연구소를 가 보니까 반도체 원천기술을 미국이 다 갖고 있다고 들었다. 반도체 원천기술이 수학에서 나오는데 세계 어느 나라도 수학 실력에서 미국을 따라갈 수가 없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 후에도 이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원천기술 분야에서 한미 양국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과거 중화학공업 시대에는 철강이 산업의 쌀이었는데, 디지털 시대에는 반도체가 필수 품목이다. 반도체는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각종 IT 환경을 구축하는 데 반도체는 핵심 부품이다. 한국이 반도체에서 밀린다면 우리 경제는 가장 중요한 핵심 엔진을 잃은 비행기 신세가 된다.

세계 유수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그 나라의 국력 확대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중국과 미국·일본은 최고의 반도체 회사인 TSMC를 유치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정하고 매년 1만명의 신규 반도체 인력 확보를 목표로 관련 학과 신입생을 연간 두 차례씩 뽑는다. 이렇게 길러진 반도체 인력은 대만 TSMC에서 활약 중이다. 일본 정부는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TSMC도 일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이처럼 지금은 모든 나라가 반도체 유치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현장에서는 반도체 투자 지원도 너무 많은 이슈를 해결해야 하니까 기재부, 산업부, 환경부, 국토부, 교육부, 과기부 등을 모두 이끌어가는 '대통령 권력'에 맞먹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문제는 내각 중 누구도 이런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해 결국 '반도체산업 규제를 풀어야지' 하면서 도돌이식 얘기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하고 있다.

반도체기업들이 수백조 원 단위의 투자를 하겠다고 해도 대기업 특혜 운운하고 수도권 인근의 공장 용지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송전선로나 용수관로를 깔면서도 지역사회의 민원을 의식하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눈치를 보면서 관련 시설의 인허가가 나오기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려야 한다. 해당 기업들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데도 총대 메고 나선 장관이 없다. 이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이 내각 중 누군가를 확실하게 반도체를 챙길 '반도체 사령관'으로 지명해야 한다. 국무총리나 경제부총리든 누구라도 좋다. 반도체 투자 활성화와 규제를 제거할 사람을 지명하고 대통령이 직접 "반도체만큼은 당신이 대통령"이라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과거 전두환 대통령이 김재익 경제기획원 차관보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임명하면서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힘을 실어준 사례는 참고가 된다.

반도체 사령관으로 지명받은 사람이 할 일은 명확하다. 우리 반도체 경쟁국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도입하는 각종 지원책을 철저히 조사해서 우리의 지원 정책과 비교하고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 그러면 그동안 한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반도체기업들에 지원해주는 것도 없이 그들의 성과에 의지하고 살았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이 '반도체 사령관'을 지명하고 민관이 반도체에 올인해서 반도체의 모든 분야에서 1등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다면 후세는 그의 치적으로 기억할 것이다.

[김대영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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