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박정철 칼럼] 윤석열사단 전진 배치 '사정 신호탄'인가

입력 2022/06/16 00:08
금감원장 등 요직에 측근 발탁
부패 카르텔과 적폐 척결 예고
환부 도려내야 지속성장 가능
'정치보복'성 사정은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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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정부 요직에 검찰 출신 측근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뒷담화가 무성하다. 일각에선 "안배보다 능력을 중시한 적재적소 인사"라는 평가도 있지만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을 위한 편중 인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이런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인사를 강행한 것은 왜일까.

윤 대통령은 기업 비리 수사로 잔뼈가 굵은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그는 검사 시절 대형 펀드 사기, 주가 조작, 기업 횡령, M&A(인수·합병) 뒷거래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범죄에 대해 분노했다고 한다. 힘없는 서민과 중산층 호주머니를 털고 등쳐먹는 악질 범죄라는 것이다. 그가 작년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사회 구석구석의 만연한 특권과 반칙을 바로잡으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외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소신에 비춰보면 그가 검찰 측근들을 법무부·검찰·금융감독원 등 요직에 앉힌 의도는 분명하다. 거대한 권력형 비리와 부패 카르텔을 뿌리 뽑아 법치를 회복하고 공정의 가치를 바로 세우라는 메시지다.

실제로 문재인정부 시절 터진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 사태는 사모펀드 시장의 근간을 흔든 대형 금융범죄다. 게다가 청와대, 더불어민주당, 고위 관료, 지방단체장 등의 연루를 암시하는 문건이 발견되고 당사자들 폭로까지 나왔지만 흐지부지됐다. 심지어 전 정권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줄인다는 이유로 '여의도 저승사자'인 서울 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마저 없앴다. 윤 대통령이 검찰 내 대표적인 '경제·금융 수사전문가'인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를 금감원 수장에 발탁한 것은 이 같은 펀드 복마전을 제대로 파헤치고 가상화폐인 루나·테라 사태까지 샅샅이 조사하라는 뜻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올 초 발표한 '국가별 부패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 청렴도는 아직도 세계 180개국 중 32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2위다.


부정부패는 시장 메커니즘과 법률 체계, 정부 규칙 등을 무력화해 경제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성장과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암적 요소다. 그런 점에서 윤정부가 모든 역량과 권한을 동원해 구조적 비리 사슬을 끊으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검찰이 최근 수사에 속도를 내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여성가족부 대선 개입' 의혹도 그런 적폐의 일환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지만 문정권이라고 해서 성역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고질적 환부만 신속히 도려내야 할 적폐 청산이 역대 정권처럼 무차별적인 사정 태풍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누구보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윤석열 사단이 수사기관과 감독기구 수장에 포진해 있으면 상호 견제와 균형보다 과도한 충성 경쟁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코로나19 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이 겹쳐 우리 경제가 살얼음판인 상황에서 수사·감독권 오남용으로 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은 '거악 척결'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통치권자는 복잡다기한 국정과 사회 통합을 이끌어야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표현을 빌리자면 검찰총장은 디오니소스처럼 강한 열정이 필요하지만, 대통령은 아폴론처럼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이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정부의 가장 바람직한 의사 결정은 집단사고에 따른 극단적 결정이 아니라,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견제를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경우 자신의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쏙 빼고 '비라이벌 팀'(Team of Unrivals)을 꾸려 이라크전 등을 밀어붙였다가 국정 실패를 자초했다. 윤 대통령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나친 '검찰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인사의 무게중심을 맞춰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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