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현문학의 돈되는 중국경제] 식품 가격 1%에 목숨 걸린 1000만 명

현문학 기자
입력 2022/06/20 09:06
수정 2022/06/2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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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가격이 1% 오르면 극빈자 1000만 명을 늘린다는 말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국제 곡물 가격은 31%나 오른 상태다.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곡물 가격은 올해 22.9% 정도 더 오를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의 인프라와 농지 파손에다 옥수수와 해바라기 등 파종을 제 때에 하지 못해 올해 20%의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글로벌 곡물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나라다. 세계 3대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의 식량 생산량은 연간 1억3000만 톤에 달한다. 지난해 러시아의 농산물 수출은 377억 달러로 전년보다 23.6%나 증가한 상태다.

우크라이나도 글로벌 4대 식량 수출국이다. 4256헥타르에 달하는 경지면적에서 4억 명분의 곡물을 생산 중이다.


작년 수출액은 277억 달러 규모다.

우크라이나 곡물 생산의 10%는 중국기업이 담당한다.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중국기업이 매년 생산하는 곡물과 대두는 6000만 톤에 달한다. 이 중 3분의 2는 수출용이다.

중국 통관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 옥수수는 824만 톤으로 전체의 30% 정도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흑해항로가 폐쇄되면서 중국도 타격을 받는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 곡물 수입을 늘리는 진짜 이유다. 중국의 식량 내부 구조에 복잡한 비밀이 숨겨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정부 공개자료를 보면 지난해 식량 생산량은 6억8000만 톤이다. 수요보다도 약간 많은 안정된 수준이다. 쌀과 밀 그리고 옥수수 등 3대 주요 식량 자급률은 98% 이상이다.

식량 자급률을 높인 결정적 계기는 개방이다. 1978년 중국 식량 생산은 3억400만 톤이다. 이게 1990년에는 4억4600만 톤으로 12년 동안 46.7%나 증가한다.

이 시기에 빠른 성장을 이룬 이유는 2가지다. 첫째 요인은 토지제도 개혁이다. 이른바 농촌 가정 연산 승포제라는 토지 임대 제도를 통해 농가의 증산 의지를 높인 결과다.

다음은 농약이나 화학비료 농기계 등을 사용한 농업기술 개량 덕이다. 해외기술을 도입한 이후 중국의 식량 생산은 1996년 5억 톤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는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중국 식량 생산은 2003년 4억3000만 톤까지 줄어든다. 1990년 이후 최저치다.


당시 식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은 농업시장을 개방하는 카드를 선택한다. 1999년 4월 미국을 방문한 당시 주룽지 총리가 클린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제시한 내용이다.

중국의 WTO 가입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미국 정가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마지노선으로 농업 개방을 제시한 것이다. 농산물 시장 개방은 농촌과 농민 입장에서는 민감한 의제다.

이후 중국은 자연인구 증가 대비 식량 생산 감소에 대한 해법을 해외 시장에서 찾기 시작한다. 우크라이나 농업 진출도 같은 맥락이다.

WTO에 가입한 중국은 과감하게 농업 분야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없애 나간다. 두유의 경우 관세를 2001년 63% 수준에서 2006년 9%로 낮출 정도로 시장을 과감하게 개방한다.

대신 사료용 콩깻묵의 관세를 55%로 유지하는 바람에 대두 재배 농가가 자취를 감췄을 정도다. 20년이 지난 요즘 헤이룽장성에 가면 대두 대신 옥수수만 보이는 이유다.

WTO 체제에 편입 이후 중국의 농업 생산은 호전된다. 2007년 식량 생산은 5억 톤을 회복했고 2013년 6억 톤을 돌파한 데 이어 2019년 6억6300만 톤으로 기록을 갈아치운다.

대두를 비롯해 부족한 식량은 수입으로 메꾼다. 2002년 중국의 대두 수입은 1000만 톤을 돌파한 이후 2017년 9556만 톤으로 9.6배나 늘어난 상태다.

대두 파종 면적도 2001년 948헥타르에서 2012년 717헥타르로 점차 줄여나간다. 2001년 대두 생산은 1540만 톤이었지만 12년 후에는 1300만 톤 수준으로 감소한다.

잡곡이나 설탕 면화 재배를 줄이는 대신 남는 토지에 주로 심은 게 쌀과 밀 옥수수 등이다.


2008년 국제 곡물 가격 폭등한 이후 3대 주요작물에 대한 파종 면적을 더 확대한다.

밀의 경우 파종 면적이 2009년 2400만 헥타르에서 2011년 3000만 헥타르로 증가했고 옥수수도 마찬가지다. 종자와 농약과 화학비료 기계 등을 수입해 공급 능력을 높인 결과 생산량과 자급률이 동시에 올라간 것이다.

대두나 옥수수 밀의 생산 원가를 비교한 선택이다. 2020년 8월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 가격을 당시의 달러당 6.93위안 환율로 비교하면 미국 대두 가격은 톤당 2855위안인데 비해 중국 대두는 약 3300위안이다.

보리의 경우 미국의 선물가격은 톤당 1282위안인데 비해 중국은 톤당 2500위안이다. 대두의 3배인 1218위안 차이다. 옥수수 선물가격도 미국은 톤당 921위안이고 중국은 2200위안이다.

미국산 대두 수입으로 중국은 국민 육류인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킨다. 중국이 10년간 미국산 대두 수입을 꾸준히 늘린 이유이기도 하다.

국제 곡물 시장의 수요와 공급망을 이용해서 대두나 잡곡을 수입으로 대체하는 대신 3대 곡물 생산을 늘린다는 게 중국 식량 자급의 핵심 정책이다.

중국발표 수치를 보면 2021년 중국의 식량 수입은 1억6500만 톤이다. 생산량 대비 비중으로 보면 24.1%를 수입으로 충당하는 구조다.

대두의 수입이 9651만8000 톤으로 총수입의 58%를 차지한다. 글로벌 수입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두의 30%를 중국서 싹쓸이해가는 꼴이다.

중국은 종자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주로 미국에서 수입하고 네덜란드 일본 등지에서도 들여간다. 종자 외에 농기계나 농약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이 악순환 고리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석유나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이를 원료로 하는 화학 비료 값을 올리고 이게 다시 식량 가격을 올리는 식이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화학비료 최대 공급국가다. 양국이 생산하는 칼리 비료 비중은 글로벌 공급의 40% 정도다.

세계은행의 화학비료 3월 가격 지수를 보면 237.6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배 오른 상태다.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염화칼륨은 톤당 562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8배 올랐고 요소도 1.6배 오른 907달러 수준이다.

비료 가격이 오르면 농산물 생산량도 줄어든다. 세계 최대 칼리비료 생산 업체인 Nutrien도 올해 곡물 출하량이 6000만 톤에서 6500만 톤 정도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곡물과 에너지 가격 간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면 글로벌 식량난이 가속화 할 수밖에 없다. 이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 부랴부랴 곡물 수입을 늘리는 진짜 이유다.

[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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