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필동정담] 부패의 역습과 민주당

입력 2022/06/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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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한 이를 징계하자고 하면 오히려 벌 받는 사회가 있다. 경제학자 베네딕트 헤르만이 세계 16개 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더니, 그런 결과가 나온 도시들이 꽤 있었다. 당시 실험 참가자에게 주어진 돈은 1인당 20달러. 이 돈을 공공 프로젝트에 내면 모두가 더 큰 혜택을 돌려받는다. 문제는 돈을 안 내고 혜택만 받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이런 사람들이 증가하면 공공 프로젝트에 기부되는 돈은 점점 줄어든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이 바로 처벌이다. 참가자들은 1달러를 내놓으면 누군가에게 3달러만큼 손해를 안길 수 있었다. 혜택만 챙기는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험 결과는 크게 세 유형이었다. 코펜하겐 같은 도시들은 처벌 여부와 상관없이 공공 프로젝트에 많은 돈이 기부됐다.


서울은 처음에는 기부금이 많지 않았으나 이기적인 이들이 처벌을 받게 되자 기부금이 증가했다. 반면 아테네·리야드·이스탄불에서는 기부 수준이 처음부터 끝까지 낮았다. 그 이유는 '부패의 역습'이었다. 아테네 같은 곳에서는 혜택만 보는 자들, 다시 말해 부패한 자들은 처벌을 받게 되자 분개했다. 자신들에게 3달러 손실을 안긴 사람들에게 앙갚음했다. 1달러를 내고는 3달러 손해를 보게 한 것이다. 그러자 이기적인 이들을 처벌하려는 시도가 줄어들었다. 돈 안 내고 혜택만 보려는 이들의 수는 증가했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상황은 헤르만의 실험을 떠올리게 된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최강욱 의원이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당 윤리위원회는 성희롱 발언을 사실로 보고 '6개월 당원 자격 정지' 징계를 했다. 그 과정에서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잘못을 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징계하자고 한 이가 처벌을 받은 꼴이다. 헤르만의 실험 결과대로라면 앞으로 민주당에서는 부패를 바로잡자는 목소리는 줄어들 것이다. 그 결과는 공공선의 퇴행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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