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필동정담] '중국의 홍콩'

입력 2022/07/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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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홍콩인들이 홍콩을 다스릴 것입니다. 그것은 약속이고 흔들 수 없는 운명입니다." 25년 전 영국의 마지막 홍콩 총독 크리스토퍼 패튼은 주권 반환식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많은 홍콩 시민들이 비를 맞으며 그의 마지막 인사를 듣고 있었다. 일부는 눈물을 훔치며 패튼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앞으로 펼쳐질 세상은 자유의 시대와 사뭇 다를 것이라고.

지난 1일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했다. 그는 연설에서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거듭 언급했지만, 패튼이 말한 '약속'과 의미가 달랐다. "홍콩의 통치권을 애국자가 확고히 장악해야 한다.


" "사회주의 제도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근본 제도이며, 홍콩의 모든 주민은 국가의 근본 제도를 자각하고 존중해야 한다." 홍콩에서 형식적인 민주선거는 유지하되, 중국 공산당이 승인하는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하고, 홍콩인들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거나 공산당을 비판한다면? 최근 수년간 홍콩에서의 강압 통치가 답을 보여준다. 신문사는 줄줄이 문을 닫았고, 언론과 대학에서 비판의 자유는 말살되다시피 했다. 일부 지식인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대륙으로 연행돼 고초를 겪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기념행사를 앞두고 홍콩 주권 회복 후 25년간의 성과를 부각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1인당 소득 25년 만에 두 배' '연간 복지예산 3배로 성장' '중국 대륙과 홍콩의 교역액 6배로 증가'. 이런 통계는 자유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지 않는다. 시진핑 정부 이후 홍콩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사람만 수만 명에 달하고, 지난해 캐나다 이민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금도 매일 수십 명의 초·중·고생이 자퇴를 하고 영미권 유학을 준비한다. 인재 탈출이 계속된다면 중국이 내세우는 경제 성과조차 쪼그라들 수 있다. 검열의 시대 폭망한 홍콩 영화처럼.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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