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충무로에서] 말로만 인권친화적 수사는 그만

고재만 기자
입력 2022/07/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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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께 검찰 국제 교류 차원에서 아프리카 한 나라의 검사들이 부산지검을 방문했다. 청사를 견학하던 중 한 아프리카 검사가 물었다. "고문실은 어디에 있습니까?"

뜻밖의 질문에 통역은 당황했지만 바로 대답했다. "한국 검찰청에 그런 건 없습니다." 그러자 아프리카 검사는 "고문 안 하고 수사를 한다고요?"라고 반문해 함께 있던 한국 검사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고 한다.

2002년 10월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조사를 받던 조 모씨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구타 등 가혹 행위는 물론 물고문까지 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주임검사와 수사관들이 구속됐고, 지휘 체계에 있던 고위 간부들은 옷을 벗었다. 이 사건 이후 검찰은 피의자 동의 없는 밤샘 조사 금지, 진술거부권 고지 등 수사 관행을 혁신했다.


최소한 이때부터 수사기관에서는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인권 보호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믿고 싶다.

믿고 있던 와중에 수사기관의 반인권적 수사 관행이 여전하다는 얘기를 들어 씁쓸하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독직폭행, 가혹 행위 사건은 매년 1000건 이상 접수되지만 실제 기소율은 0.1% 수준에 불과하다. 독직폭행이란 용어는 채널A 검언 유착 사건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한동훈 법무연수원 부원장(현 법무부 장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온 국민이 다 안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를 내릴 수 있는 큰 죄다. 이 같은 기소율 저조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비춰지면서 '말로만 인권 친화적 수사를 한다'는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피의자에 대한 가혹 행위등을 막기 위해 시행 중인 영상 녹화 조사 실시율은 2017년 16.3%에서 작년 상반기 7.5%로 반 토막 났다. 2007년 도입돼 15년째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검찰 조사 사건 10건 중 1건도 실시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정부는 한명숙 전 총리 진정 사건 처리를 둘러싼 '추·윤' 갈등 속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폐지시킨 대검 인권부를 복원시킬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제도를 재점검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게 개선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하나 더. 대검 인권부 폐지 당시 정치적 의도가 논란이 됐는데, 복원에 있어서는 정치적 목적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회부 = 고재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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