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World & Now] 1위 기업부터 덮친 불황의 그림자

입력 2022/07/05 00:06
코인베이스 주가 80% 넘게 뚝
1100여명 길거리 나앉게 생겨
테슬라·JP모건도 수백명 해고

美 인플레 둔화 전망 나오지만
대규모 실직 줄줄이 이어질 땐
더 큰 경기침체 수렁 빠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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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연초까지만 해도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기세를 올리던 회사다.

지난해 4월 가상화폐거래소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연초 250달러를 넘나들던 주가는 지난 1일 49.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대비 주가 하락률은 80.47%에 달한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4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10년 이상 경제 호황 이후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규직의 약 18%인 1100여 명의 해고를 예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코인베이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조정하면서 목표주가는 70달러에서 45달러로 낮췄다.

경기 침체, 불황의 그림자는 가상화폐 분야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분야에도 칼바람이 불고 있다. 프롭테크(부동산+IT) 대표 주자로 성장 가도를 달려왔던 컴퍼스와 레드핀은 최근 각각 직원 10%, 8%를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미국 최대 은행도 이런 삭풍에서 자유롭지 않다. JP모건은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부문 직원 수백 명을 해고하고, 수백 명은 재배치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이 35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자 관련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최근 캘리포니아주 샌마테오에 있는 자율주행 관련 직원 350명 중 200여 명을 해고했다. 최근에는 테슬라에 입사한 지 2주 만에 해고됐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일론 머스크 CEO가 향후 3개월간 전체 인력의 3.0~3.5%를 줄이겠다고 밝힌 이후 첫 실제 조치다.

테슬라, JP모건, 코인베이스, 컴퍼스의 공통점이 있다. 관련 업계 1위로 무풍지대에 있다고 생각했던 기업이라는 점이다.


이번 경기 침체가 스태그플레이션(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마이너스 성장) 정도가 심하지 않은 슬로플레이션(완만한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6월을 기점으로 피크를 지났다는 분석도 있다.

다 맞는 전망일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경제학 교과서로는 팬데믹 이후 경제를 설명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 문제는 중앙은행이 긴축적 통화정책에 나섰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초과 수요를 야기한 유동성을 줄인다고 하지만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공급 부족에 기인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또 어떤 블랙스완이 나타나 경기를 더 큰 수렁으로 빠트릴지 알 수 없다. 슬로플레이션 상태로 침체를 가볍게 겪고 지나간다면 천만다행일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고용을 낙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억제에만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테크 기업에서 시작된 해고 물결이 순식간에 쓰나미처럼 번질 수도 있다. 성장을 희생해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연준이 여러 차례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lif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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