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매경포럼] 최고금리 올릴 때

입력 2022/07/05 00:07
선의로 포장된 정부정책이
서민들 나락으로 내몰아
실세금리 급등하는 시기엔
법정 최고금리도 인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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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경제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격언이다. 선의로 출발한 정부의 정책이 때론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때 인용된다. 정부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를 때, 스스로 입안한 정책으로 파생되는 효과를 등한시했을 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최근 실세금리가 급상승하면서 우선 떠오른 것이 최고금리를 명시한 이자제한법이다. 정부와 정치권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한 논쟁일 수 있지만 반드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 이자제한법은 금융회사의 최고이자율은 연 25%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대통령령에서는 이를 연 20%로 낮췄다. 당시 정부는 최고금리를 낮추면 고금리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선전했다.


정부의 선의는 실현됐을까.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연 0.5%에서 올 7월에는 연 1.75%로 세 배 이상 올랐다. 시장금리 표준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같은 기간 연 1.47%에서 연 3.55%로 치솟았다. 실세금리 인상을 반영해 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연 6%를 넘어섰다. 카드론 금리는 연 15%에 육박했고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연 20%에 가깝게 형성되고 있다.

몸이 커지면 옷도 큰 옷을 입어야 한다. 실세금리가 급격히 오를 때는 법이 정한 최고금리도 올려야 금융시장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실세금리가 2배, 3배 올랐는데 최고금리가 그대로면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서민들이 더 힘들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과정은 이렇다. 금리가 오르면 신용도가 떨어지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은행과 거래하다가 신용도가 떨어지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2금융권 거래 고객 중 신용이 하락하면 대부업 등으로 연쇄 이동한다. 제도권 금융회사의 마지노선인 대부업에서도 필요한 돈을 구하지 못하면 사채시장에 내몰린다. 금리가 오를 때 신용도의 변화에 따라 금융권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최고금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고금리가 탄력적으로 움직인다면 저축은행에서 연 20%에 돈을 빌렸던 사람이 신용도가 떨어졌을 때 연 30%의 금리로 대부업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반면 최고금리가 연 20%로 요지부동이면 이 사람은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수 없다. 꼭 필요한 돈이라면 불법 사채시장을 통해서 구해야 한다. 사채시장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불법을 각오한 사람들이 연 100%가 넘는 이자로 돈을 주고받는다. 서민금융진흥원 통계를 보면 불법 사금융시장에서 대출받은 사람 중 연 240% 이상의 이자를 지급하는 사람 비중이 16.2%에 달한다. 각종 협박은 물론 불법적인 채권 추심 행위도 난무한다. 서민을 위해 만든 법이 서민들을 나락으로 내몬다.

이 같은 징후는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부업에서 대출받은 사람 수는 6개월 전보다 11만명 줄었다. 금리를 높게 받을 수 없는 대부업자들이 대출 신청이 오면 담보를 요구하거나 아니면 대출을 거절한 데 따른 영향이다. 이들은 사채시장으로 향한다. 하반기에도 금리는 계속 오를 전망이다. 코로나 이후 소상공인과 개인들에 적용했던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가 오는 9월 종료되면 신용이 떨어져 돈을 못 구하는 사람들은 더 늘 것이다. 이 와중에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는 염려스럽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자제한법은 10여 개에 달한다. 모두가 이자상한선을 더 낮추자는 것이다. 그중에는 이자상한을 연 10%로 제한하자는 법안도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들 모두가 법을 지키게 만들고 불법 사채를 100% 잡아낼 자신이 있다면 대환영이다. 하지만 그럴 능력과 의지도 없으면서 알량한 포퓰리즘에 취해 경쟁적으로 내놓은 법안이라면 곤란하다. 지금은 금융 현실을 반영해 '최고금리'를 올릴 때다.

[노영우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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