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필동정담] 대통령 가짜뉴스

입력 2022/08/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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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텍사스에서 뗏목을 타고 이재민을 구하는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인 2015년 사진을 조작한 가짜 이미지였다. 사진 속 트럼프는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정장 차림이었다. 게다가 대통령이 직접 인명 구조에 나서는 것은 관례나 상식에도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은 가짜뉴스가 명백한데도 진위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진을 트위터·페이스북에 퍼날랐다.


가짜뉴스가 확증 편향에 빠진 대중의 맹목적 신념과 맞물릴 경우 허위정보 확산이 훨씬 더 빨라진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프라기야 아가왈 '편견의 이유').

수도권에 기록적 폭우가 내린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과 술자리를 갖고 있는 것처럼 교묘히 조작한 가짜 사진이 온라인에 퍼졌다. 윤 대통령은 당시 서초동 자택 주변 일대가 침수되면서 수해 현장으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밤새 집에서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윤 대통령이 과거 참모들과 술을 곁들여 식사한 사진을 마치 이번 물난리 와중에 벌인 술자리인 양 꾸며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대통령을 음해하기 위한 악의적 선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언론보도의 외피를 쓰고 유포되는 가짜뉴스의 폐해는 그야말로 심각하다. 타인의 명예와 인격을 짓밟고 공론의 장을 훼손하며 사회 분열까지 조장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짜뉴스 타파'를 구실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도 문제지만,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가짜뉴스로 남을 모략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악행이다. 마크 트웨인은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말은 벌써 세상을 반 바퀴나 돈다"고 했다. 가짜뉴스는 개인이 조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보고, 듣고 싶은 것만 선택하는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 비판적 안목을 키워야 가짜뉴스 창궐을 막을 수 있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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