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국정의 편집자들 [매경데스크]

입력 2022/08/12 00:07
수정 2022/08/12 08:01
신문과 국정은 感에서 승부
'도사'들이 포진해야 돌아간다
감은 없고 심지어 게으르다면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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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일이라는 것은 '마감시간' 외에 고정된 규칙이라는 것이 별로 없다. 관행으로, 암묵지로 행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나는 인물면을 편집하면서 정치인 뉴스는 부고를 빼고 거의 다루지 않는다. 관행적으로 그렇게 해온 것인데 인물면에서까지 정치인을 보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적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부고 기사를 쓸 때 대부분은 '별세'라 쓰고 드물게는 '타계'라고 쓴다. 둘 다 풀어 쓰면 '세상을 떠났다'지만 나는 돌아간 인물의 크기를 강조할 필요가 있을 때만 타계로 표현한다. 왜 타계가 별세보다 높은 말인가라고 따지면 별 근거는 없다. 그렇게 써왔고 보편적으로 그렇게 받아들여지리란 믿음이 있을 뿐이다.

신문이 매일 하는 일 중에서 제일 큰일은 1면 머리기사를 정하는 것이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일러주는 지침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편집자들의 경험과 감으로 정한다. 성적표는 다음날 경쟁지들이 도착하는 순간 바로 나온다. 정해진 기준이 없는데도 누가 더 잘 만들었는지 눈에 확 들어온다(물론 무승부일 때도 많다). 공유되는 암묵지가 많을수록, 이를 체화한 숙련 편집자가 많을수록, 편집자들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할수록, 토론이 치열할수록 이기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것이 축적돼 전통이 되고 '권위지'가 만들어진다.

비록 나랏일을 해본 적은 없지만 신문을 만드는 일과 비슷할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규칙보다 경험과 감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를 한 지 1년쯤 지났다. 다행스럽게도 대통령은 신문사로 치면 사장에 해당하는 자리다. 사장은 신문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 대신 유능한 편집자들을 채용하고 그들이 일할 여건을 제공하고 제대로 신문을 만드는지 감독하면 된다. 신문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기자 출신이 사장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편집국장은 '신문 도사'라야 한다. 편집국장의 아침은 낙종을 체크하는 데서 시작한다. 어디서 '물'을 먹었는지, 추종 보도를 할지 말지, 낙종을 만회할 특종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국장은 부장을 호출하고 부장은 기자를 닦달한다.


낙종이 누적되고 특종으로 반격하지 못하면 국장이 가만있지 않는다. 국장 눈치 보는 것이 부장들의 일상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편집국장 노릇은 누가 하고 있는가.

통상 행정부의 편집국장 역할은 국무총리가 하고 대통령실에서는 비서실장이 그 역할을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비서실장은 존재감 없다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듣고 있다. 그들은 젊었을 때 매우 유능한 '편집자'들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왜 편집국장 노릇은 그 모양인가. '5세 입학' 같은 것은 신문으로 치면 일종의 낙종이고, 낙종은 병가지상사다. 그러나 같은 사안에서 연속으로 낙종하면 바보가 된다.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은 30여 일간 정신을 못 차리면서 좌충우돌했다. 장관이 헤매면 총리가 나서서 수습해야 할 거 아닌가. 문재인 정부의 이낙연 총리는 다른 건 몰라도 국무위원들 단속은 잘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정치인 출신과 관료 출신의 차이인가.

더 심각한 것은 대통령실이다. 도어스테핑에서 연속 실점하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대책이 안 나온다. 이건 홍보수석이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런 홍보수석을 비서실장이 가만 보고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낙종을 했는데 담당 부장은 보고를 하지 않고 국장은 못 본 척하는 꼴이랄까. 그래선 신문을 만들 수 없다.

총리와 비서실장이 역할을 하지 않아도 국정이 굴러가려면 대통령이 만기친람형이어야 한다. 링컨처럼 관심과 신경이 모든 곳에 미치고 웬만큼 다 잘하는 천재 말이다. 지금은 19세기가 아니고 정치 2년 차 대통령에게 천재를 기대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국정의 편집자들이 편집자다워야 한다. 지금 그들은 일간지가 아니라 대학 학보를 만드는 수준으로 보인다.

[노원명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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