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재계프리즘] 배터리 순환경제를 키워라

입력 2022/08/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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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 탄소중립전략팀 주재로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정부 부처와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전기차 관련 업체들이 회의를 했다. 이날 회의 주제는 '배터리 순환경제'였다. 배터리 순환 체계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수거해 성능 진단 후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재사용(Reuse Battery)하거나, 재사용 불가로 판단된 폐배터리는 분해 후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을 추출해 배터리 소재로 사용하는 친환경 사업이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배터리 라이프 사이클 전반에 걸친 그룹사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선행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폐배터리로부터 핵심 원료를 분리, 추출할 수 있는 정·제련 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정부 측은 이 같은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배터리 순환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배터리 순환경제는 경제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모두 끌어올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경제적 가치는 폐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통한 이익과 고용 창출이며, 환경 가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이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최대 지분을 가진 한국전력의 경영 방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친환경 순환경제를 이야기할 때 공기업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이르면 오는 9월 970MWh급 ESS에 대한 발주를 실시할 예정이다. 약 1500억원 규모다. ESS는 화력이나 원전, 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다. 그런데 한전은 ESS를 발주하면서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한 리유즈 배터리로 만든 ESS의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리유즈 배터리를 사용한 전례가 없으며, 중고품 사용 시 용지 면적과 설치 면적이 커져 경제성이 나빠진다는 이유에서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부서 간에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전기전자과는 리유즈 배터리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와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으나, ESS 활용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중고 배터리에 대해 소극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970MWh 중 일부라도 리유즈 배터리 ESS를 공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전에 리유즈 배터리로 만든 ESS를 공급한 실적이 있으면, 기술력에 대한 평판이 생겨 수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리유즈 배터리로 만든 ESS는 또한 동일 성능 대비 면적은 1.4배 차지할 수 있으나 가격은 15% 정도 절감이 가능하다. 리유즈 배터리 ESS는 이미 민간에서 안전에 이상 없이 활용되고 있다.

한국의 리유즈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 글로벌 배터리 순환경제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삼정KPMG 등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30년 약 68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며, 블룸버그NEF에선 2032년 약 110GWh 이상의 사용 후 배터리가 발생될 것으로 예측했다. 유럽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폐배터리 처리에 대한 정책과 규제 제정 등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인 배터리 강국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리유즈 배터리 등 배터리 순환경제에서도 글로벌 리더십을 잡으려면 민관이 합심해 이 시장을 키워야 한다. 한전과 산업부가 멀리 내다보는 시야를 갖고 배터리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

[정승환 재계·ESG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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