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충무로에서] 10년 전 오세훈, 10년 후 이준석

입력 2022/08/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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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훨씬 전 시청에 출입할 때 만났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젊고 똑똑했지만 자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낙지 머리 속에 중금속이 있다는 그의 주장은 팩트였지만 생업이 위태해진 시청 주변 무교동 낙지집 주인들의 통곡과 눈물에는 공감이 부족했다. 오세훈 정치 역정에 잃어버린 10년의 계기가 된 무상급식 투표도 마찬가지였다. 시의회가 무상급식을 추진하자 오 시장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했고 참모들 만류에도 끝내 시민 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무상급식도 길게 보면 보편적 복지의 일부가 될 수 있다"며 유승민 전 의원 등 당에서 만류했지만 '끝까지 누가 옳은지 해보자'던 오 시장은 투표 다음날 기자실에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


몇 달 전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 직전 한 상갓집에서 만난 오 시장은 '확' 달라져 있었다. 옆 사람 잔에 술이 비면 잔을 채워주는 배려가 생겼고 압도적 우세에도 "끝까지 봐야 안다"며 겸손함을 갖췄다. 선거운동 슬로건으로 '약자와의 동행'을 내걸었다.

케케묵은 얘기를 꺼낸 건 젊은 시절 오세훈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모습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뿐 아니라 쾌도난마 화술과 논리·팩트로 논쟁에서 '이기는 보수' 모습을 본 건 오세훈 이후 이 대표를 비롯해 몇몇뿐이다.

지난 주말 당윤리위원회 중징계 후 첫 기자회견장에서 이 대표는 '눈물'을 보였다. 눈물의 의미가 '분노'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그룹을 맹폭하면서 "싸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원 소통 공간'을 마련해 여론전을 이어가고 당 혁신 방안을 정리한 책을 발간하겠다고 했다.


'끝까지 누가 옳은지 해보겠다'는 거다.

굳이 실명까지 찍어주지 않아도 국민이 누가 국정 난맥과 당 혼란의 단초 제공자인지 잘 안다. 단지 민생과 '1'도 상관없는 짜증스러운 내분을 매일 마주하기 싫을 뿐이다. 집안싸움은 원인을 떠나 '망치·모루'를 먼저 든 쪽이 결국 패륜아 취급을 받는다. 지난 6월 이 대표와 인터뷰할 때 오 시장과 차기 대선 경쟁 가능성을 물었더니 "저는 아무리 늦어도 남들보다 최소 10년은 빠르다. 길게 보고 정치하겠다"고 했다. 길게 보는 정치엔 '망치·모루'보다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치부 = 이지용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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