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이재명이 던진 것, 김건희는 왜 못던지나 [최경선 칼럼]

최경선 논설실장
입력 2022/08/18 00:07
수정 2022/08/18 00:58
이재명은 표절 인정하며
"취소해달라" 선수쳤다
100일 쇄신 진심이라면
쿨하게 본질에 다가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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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100일을 맞아 쇄신을 모색하고 있다. 맥 못 추는 지지율을 보면 묵은 체증을 뚫는 한 방이 절실하다. 그런데 알맹이는 쏙 빼놓고 변죽만 울려대니 무슨 감동이 있겠나. '이재명 방탄용' 당헌 개정 논란을 벌인 더불어민주당이 밉상이어도 여론은 도긴개긴이란다. 심지어 "이재명보다 더 솔직하긴 한가"라는 의구심까지 던진다.

논문 표절에 관한 이야기다. 이재명 의원 화법은 어지간해선 적응하기 어렵다. 거침없이 말해놓고 불리해지면 요리조리 뒤집고 언론을 탓한다. 그러니 "믿을 수 없다"거나 심지어 "무섭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그런 그가 쿨하게 책임을 인정하고 흔쾌히 내던진 게 있으니 석사 학위 논문이다.

이 의원이 2005년 가천대에 제출한 석사 학위 논문은 2013년부터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그러자 2014년 당시 성남시장이던 그는 "석사 학위를 반납하겠다"며 가천대에 내용증명까지 보냈다. 반납할 근거가 학칙에 없다는 이유로 유야무야됐다가 지난해 대선에서 다시 문제가 되자 이 의원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인용 표시를 다 하지 않아 표절이 맞는다"고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인데, 어디 이름도 잘 모르는 대학의 석사 학위가 필요하냐"는 말까지 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가천대는 10년간 이어져온 이 의혹을 조사한 뒤 올해 4월 "표절이 아니다"고 최종 발표했다. 당사자가 "표절을 인정한다"는데도 대학이 한사코 "괜찮다"고 하는 희한한 모습이다. 그런데도 조용하다. 국민 관심도 별로 없다. 대선 패배자에게 관심이 줄어서 그런 건가, 아니면 너무 화끈하게 내던져버리니 더 이상 시비를 걸기가 머쓱해서 그런가.

그에 비해 김건희 여사의 박사·석사 학위 논문을 놓고는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이달 1일 국민대가 김 여사의 논문 4편을 재조사해서 "3편은 연구 부정에 해당하지 않고 1편은 검증 불가"라고 발표한 뒤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세 살 아이가 봐도 가공할 표절"이란 비난부터 "모든 연구자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는 반발까지 대학가를 흔들고 있다. 국민대 교수회는 긴급 임시총회를 열어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모자라 16일부터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표절 의혹 재조사'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 중이다. 숙명여대 석사 논문도 시끄럽다. 대학이 차일피일 시간을 끌자 4월부터는 동문회가 1인 시위까지 벌이며 신속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들은 정유라의 대학 입학과 고교 졸업이 취소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조국 딸 조민의 의대 입학이 취소되는 것도 지켜봤다. 지금도 상식과 공정이 통하는지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교수·연구자단체 13곳이 국민검증단을 만들어 김 여사의 논문 5개를 살펴본 뒤 '대국민 보고회'를 열 것이라고 하니 얼렁뚱땅 넘어갈 문제도 아니다. 이재명도 던진 것을 왜 김 여사는 던지지 않는 걸까. "선거에서 이겼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한 건 아닐 텐데. 이상한 일이다.

윤 정부 100일 지지율이 바닥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며 자세를 낮춘다. 이럴 때 돌파구를 찾으려면 평소 주특기를 앞세우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윤 정부의 특기인 엄정한 수사와 단죄로 공정과 법치를 바로 세우면 되는 일이다. 문제는 논문이라는 장애물이다. 공정과 법치를 말할 때마다 "제 식구는 감싸면서 누구에게 칼을 겨누느냐"고 반발하고 나설 판이다.

쇄신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가족에 관한 쓴소리를 듣고 기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참모들도 직언을 주저하게 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김 여사가 스스로 풀어야 한다.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던지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실천해야 한다.

[최경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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