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칼럼

[필동정담] '소년출세'라는 인생불행

입력 2022/08/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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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중국 송나라 때 학자 정이의 말이 생각난다. 정이는 인생에 세 가지 불행이 있다면서 그 첫째로 '소년등과(少年登科)'를 꼽았다.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해 높은 벼슬자리에 오르는 '소년출세'가 인생의 첫째 불행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 역시 36세에 대한민국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의 수장에 올랐으니 소년출세를 한 셈이다. 지금 그의 처지가 행복하지 않은 건 틀림없다.

10여 년 전에 인터뷰했던 한 직장인이 기억난다. 대리에서 팀장으로 발탁된 젊은 여성이었다. 자신의 상사였던 과장과 부장들이 하루아침에 그의 부하 직원이 됐다. 그에게 결재를 받으러 오는 그들의 눈에서 분노를 보았다고 했다. 그의 지시는 무시되곤 했다. 할 수 없이 그는 팀장의 지위에서 나오는 권력으로 옛 상사들을 밀어붙였다고 했다.


그럴수록 오만하고 소갈머리 없다는 험담이 나왔으나 감수했다고 했다. 나는 이 대표의 당무 거부나 막말이 논란이 될 때마다 그 팀장을 떠올렸다. 국회의원을 한 적도 없는 30대 대표가 보수 정당에서 권위를 세우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거친 행태가 이와 무관하지 않을 듯싶었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인심을 잃고 곳곳에 적을 만들 수 있다. 약점이 보이면 사방에서 공격을 받게 된다. 이 대표 역시 당 윤리위원회 징계를 전후로 지금까지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소년출세한 이는 더 올라갈 자리가 없다는 것도 불행이다. 집권당 대표보다 더 높은 자리는 대통령뿐일 듯싶다. 이제 37세인 그가 어느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해도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옛 자리보다 낮은 자리에서 과거의 권세를 그리워한다면 이 또한 인생의 불행이다. 이 대표는 스스로 '소년출세' 자리를 벗어던지는 게 불행에서 벗어나는 방법일 수 있다. 대통령을 공격하며 권력 투쟁을 벌이는 대신, 한 걸음 물러나 지금껏 달려온 길을 성찰하며 보수 혁신의 길을 모색하는 대안도 있다. 그는 여전히 젊고 앞길이 구만리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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