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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이슈토론]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

입력 2019.11.07 00:04   수정 2019.11.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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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설리의 사망 원인으로 '악플'이 지목되면서 댓글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도입 찬성 측은 자기 책임의 원칙을 실현해 악플을 줄이는 선순환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실명제가 이미 2012년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으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찬성 / 이경환 법무법인 가우 대표변호사
처벌 등 사후조치 효과없어…'준실명제'로 책임감 높여야

과거 헌법재판소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필요적·사전적 본인확인의무를 부과한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게시판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 표현의 자유 및 정보통신 서비스 사용자의 과도한 업무상의 제한을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박대출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인터넷 준실명제의 관점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우선 인류 역사상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근본 원리인 자기 책임의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서다. 자기 책임의 원칙이란 자신의 고의, 과실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고전적인 법이론이긴 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고의, 과실에 의한 행위에 대해서는 스스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기 책임의 원칙 속에서 인류는 자연스럽게 질서를 유지하며 법치주의를 형성해 왔다. 그런데 어떻게 인터넷 영역이라고 표현의 자유나 익명성에 숨어서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가.

다음으로 헌법재판소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이라는 인터넷실명제의 입법목적은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 형사처벌 등 사후적인 조치에 의해 충분히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으나, 최근의 '설리' 사건과 이에 대한 일부 포털의 댓글 폐지라고 하는 극단적 조치를 보면 악플의 폐해는 여전할 뿐만 아니라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사이버 명예훼손 또는 모욕으로 경찰에 접수된 건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상당한 정도로 늘어나고 있으므로 적어도 사후적인 조치에 의한 입법목적 달성이라는 관점에서의 헌법재판소 결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나아가 개인정보보호 및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 보호라는 헌법의 핵심적 기본권을 조화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인터넷 준실명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터넷 준실명제'란 정보통신서비스업자가 게시판 참여자들의 아이디와 접속 프로토콜을 작성 글에 함께 표시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들의 아이디와 접속 프로토콜을 미리 확보하게 하고 사후에 이를 공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악플러들에게 인터넷상의 익명성이 절대적 익명성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수반하는 상대적 익명성임을 주지시킴으로써 예방적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제도다. 악플러들의 불법적인 게시글이 휘발성이 아닌 범죄의 증거로 영구히 보존될 것이므로, 자기 책임성을 증대시켜 악플을 감소시키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 반대 / 손지원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
익명 표현의자유 필연적 침해…내부고발·공익제보 보호해야

가수 겸 배우 설리 씨의 사망 원인으로 '악플'이 지목되면서 '인터넷 실명제'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서비스 이용 시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와 연계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쉽게 말하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신원이 추적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만 인터넷에 글을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던 제도다.

인터넷에는 악플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 권력이나 막강한 정치·경제적 거대 권력에 저항하고 이를 비판하고자 하는 사람, 내부 고발이나 공익 제보를 하고자 하는 사람,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보복이나 각종 불이익의 위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표현할 자유, 즉 '익명' 표현의 자유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익명 표현이 공론장에서 갖는 기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 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 헌법적 가치에 비춰 강하게 보호돼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실명제 강제 시행은 이러한 익명 표현의 자유를 필연적으로 제한·침해하는 것이다.

한편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아 악플의 폐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사실상 우리나라 주요 포털은 간접적인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이용하도록 하고 있어 이미 자율적으로 준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봐야 하고, 보통 이용자들이 인적 정보를 상당히 노출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악플은 끊임없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위 헌법재판소 결정 이유에서도 실명제 시행 이후 악플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증거가 없음이 거론돼 있다. 또한 실명제가 아니더라도 현행 기술 및 형사법, 정보통신망법으로도 충분히 불법 정보 게시자를 추적·수사해 제재할 수 있으며, 실제로 우리나라는 명예훼손죄·모욕죄 처벌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 실명제는 소수의 악플러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수사 편의를 위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통신 정보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에 불과하다. 악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실명제처럼 대다수 선량한 일반 국민의 자유를 경시하고 전반적인 기본권 보호 수준을 저하시키는 극단적인 수단을 함부로 논하는 세태는 지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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