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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매경의 창] 양심과 사죄, 그리고 기업지배권의 승계

입력 2020.05.2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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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기업 물려줄 때
상속·증여방법 모두의 고민

이재용 부회장의 공개사과
승계문제 책임범위 어디까지…
한국사회에 새 질문 던져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과 성명'을 냈다는 보도를 읽으면서, 우리가 이루려는 사회의 모습과 관련하여 여러 의문이 머리를 맴돌았다. 내 전공인 법과 관계된 것으로 두 가지만 추려본다.

이번 성명은 삼성에 설치된 준법감시위원회가 '권고'한 바에 따른 것이고, 그 위원회는 이 부회장에 대하여 파기환송심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삼성에 '권고'하여 마련되었다고 한다.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서는 그 목줄을 틀어쥐고 있다고 여겨질 재판부 또는 그 의사에 따라 설치된 위원회의 권고라는 게 어느 만큼 진정한 의미의 권고인가, 그것에 별다른 강제의 요소가 없는가가 우선 문제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일찍이 1991년 4월에 헌법재판소가 법원이 명예훼손사건에서 피고에게 사죄광고를 하도록 판결하는 것은 헌법 제10조에서 정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판단에 비추어보면 어떻게 평가되어야 할까. 거기서 헌재는 "양심의 자유에는 널리 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하여서는 안 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이고, 이러한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는 자유, 즉 윤리적 판단사항에 관한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고 전제한 다음, "사죄광고의 강제는 양심도 아닌 것이 양심인 것처럼 표현할 것의 강제로 인간 양심의 왜곡·굴절이고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 형성의 강요인 것으로서 침묵의 자유의 파생인 양심에 반하는 행위의 강제금지에 저촉된다"고 설득력 있게 판시한 바 있다. 이 결정이 나온 후로 법원은 사죄광고 판결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 위의 위원회가 공개 사과를 언필칭 권고한 것은 실제로는 '이중인격 형성의 강요'와는 거리가 먼 것인가?

또한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재산의 처리에 관하여 정하는 상속제도가 있다.


그 근간은 우선 사후의 귀속에 관한 유언의 자유, 그리고 유언이 없으면 자식 등에게 돌아간다는 이른바 가족상속권이다. 논의가 없지는 않지만, 재산은 보유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배경으로, 그가 유언으로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였으면 이에 따르지만, 그게 없더라도 그의 일반적 이익 또는 통상적 의사는 재산을 자식 기타 가족에게 귀속시킴으로써 달성된다고 설명되고 있다. 상속제도의 정당성에 대하여는 의문이 별로 없다. 요컨대 죽은 사람의 재산 처리에서 자식 기타 물려받는 사람의 의사는 부차적이다.

한편 국가는 고율의 상속세를 부과한다. 현재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는 부분은 그 세율이 50%로서, 기업은 반쪽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주가 자신의 사후에 대비하여 기업의 지속을 원하여 지배권의 원만한 승계를 위한 방도를 미리 마련하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문제는 그것이 어느 한도에서 법적으로 허용되는가이다. 이른바 삼성에버랜드사건에서는 그 점이 정면에서 다루어졌다. 이사회의 결의로 실권주를 낮은 가격으로 배정한 것 등이 당시의 법으로 회사에 대한 업무상 배임이 되는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9년 5월에 피고인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 그 최종적 판단을 뒤엎지는 못한다.

이와 같이 아버지가 기업지배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범죄가 아닌 방도를 취한 것에 대하여 승계자가 공개적으로 사죄를 해야 하는가? 혹 불법한 방도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당사자도 아닌데 거기서 이익을 얻었다는 것으로 자식이 사과를 할 것인가? 법이야 독립한 개인을 출발점으로 한다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역시 집안이라는 게 우선이고 그 구성원의 일은 다른 구성원 모두에게 당연히 책임이 돌아가는가? 아니면 이 부회장 또는 삼성은 그 승계와 관련하여 현재 진행 중인 형사사건 등을 포함하여 무슨 불법한 행위를 스스로 선택하여 저질렀으므로 사죄에 값하는 무엇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양창수 한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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