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보이스
사외칼럼

[마켓관찰] 모두가 '공실 없는' 건물주 꿈꾸지만…

입력 2020.05.23 00:04   수정 2020.05.23 08:55
  • 공유
  • 글자크기
20년 임차 계약한 종로 위워크
경영난 몰려 2년만에 "나가겠다"

도심건물 빈 사무실 계속 늘어
美도 韓도 해법찾기 골몰
서울의 중심부를 상징하는 건물에서 대거 공실이 발생하게 생겼다. 종각역이 위치한 사거리의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종로타워 이야기다. 최대 임차인인 위워크의 임대차 계약 파기 관련 소식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위워크는 2019년 상장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이슈로 인해 470억달러로 평가받던 기업가치가 29억달러까지 떨어졌으며 현재도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위워크는 올해 홍콩에서 2개 사무소의 임대계약을 조기 파기했기에 이런 계약 파기가 벌어지지 않을 거라 보긴 어렵다.

단순하게 보면 한때 잘나갔던 유니콘 기업의 영업 축소 뉴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 계약 파기 건으로 얽힌 곳은 다른 곳도 아닌 종로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종로가 어떤 곳인가? 역사적으로 서울의 핵심 상권 중 하나이자 핵심 오피스지역 중 하나인 곳이다. 그중에서도 종로1가 교차로 지역은 오피스와 상업지역 중심에 있다.


이 때문에 해당 건물은 종로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꼽혀왔다. 유명 오피스 상권의 랜드마크 건물에 주로 입주하는 위워크가 2018년에 이곳과 계약을 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상업 부동산에서 전통적으로 중요시해왔던 입지란 측면에서 보자면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하지만 이런 곳에도 공실은 발생한다. 심지어 이런 공실이 위워크의 입주 이전에 없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 이전에 입주해 있던 삼성증권이 이전한 이후로 꽤 오랜 기간을 빈 상태로 있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된 것은 2010년대에 보인 종로 상권의 점진적 하락세와 더불어 그 주변부인 을지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대형 오피스 빌딩들의 공급이 대거 이뤄졌기 때문이다. 즉, 위치로만 보면 여전히 좋지만 공급이 늘고 기능적인 중심이 옮아갔기에 선호도가 하락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뿐만은 아니어서 미국 등지에서도 오피스 타운의 비는 공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부동산 리서치회사인 REIS에서 발표하는 상업 부동산 공실률을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급증했지만 공실률의 하락은 금융위기에 이전에 비해 매우 더뎠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았던 곳이 바로 위워크였다. 위워크의 비즈니스 모델은 임대인에겐 장기 임대라는 안정성을, 임차인들에겐 원래라면 너무 비싸 접근할 수 없었던 오피스 공간을 쪼개어 임대함으로 접근성을 높여 양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바로 이것이 위워크가 그토록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던 이유다. 골치 아픈 공실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 문제의 해결이 매우 절실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위워크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한계성을 눈감았을지도 모른다. 위워크로 대표되는 공유 오피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공실에 대한 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장 전 실사 과정에서 드러난 숫자들은 오히려 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다시 국내의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위워크 측이 임대차 계약으로 맺었던 기간은 무려 20년으로 임대인이라면 모두가 부러워할 계약이었다. 그래서 KB자산운용이 2019년에 약 5000억원의 금액으로 이 건물을 인수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계약은 임대료 협상이 실패할 경우 겨우 2년 만에 끝나게 생겼고 이 때문에 자산가치와 임대료 수익 양 측면에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수 당시의 평가는 '입지가 좋기에 공실률만 줄이면 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였다.

공유오피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공실의 문제가 이를 대표하는 위워크의 계약 파기로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모두가 건물주를 꿈꾸는 세상이지만 이도 보기보다 만만찮은 것이다. 작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