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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마켓 관찰] 인간은 욕망을 소비한다

입력 2020.07.0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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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에 집착했던 중세부터
특정 브랜드 열광하는 현대까지

필요 넘어선 불필요한 가치에서
충성심 높은 소비 불타올라
나의 부모님은 내가 무언가를 사려고 할 때마다 "필요도 없는 것을 왜 사느냐"고 하시곤 했다. 내가 사고 싶었던 물건은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비는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욕망하는 것에 움직이니 이는 틀린 말이기도 하다.

욕망이야말로 소비의 원천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남들에게 팔기 위해 생산하는 자본주의 경제는 이 욕망을 잘 자극하는데 어떤 상품을 소비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끼치는 브랜드의 경우가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고가 상품으로 갈수록 브랜드는 구매 의사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자동차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디자인과 품질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거기에 붙어 있는 브랜드 로고와 가치가 뒤따라주지 못한다면 구매로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테슬라는 완성도에 대한 이슈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음에도 전기차라는 점과 자율주행 등의 기술적 첨단에 대한 이미지를 통한 브랜딩으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판매를 이어나가는 점이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물론 고가 상품들은 브랜드를 통해 얻는 효용 자체가 크니 이러한 브랜드 중심의 소비가 이뤄지는 게 얼핏 당연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자체 영향력이 이에 비해 낮은 상품군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맛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식음료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식음료 업계에서 종종 진행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는 우리가 혀와 코로 느끼는 맛의 선호가 실제 브랜드에 대한 선호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진행하는 테스트 중 하나다. 그리고 실제 결과를 보면 양자는 다소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보고서도 사람들은 맛의 선호가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선호에 따라 소비한다.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맛에 대한 선호까지 바꾸는 것이다. 욕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바로 이런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 이전의 자급자족 경제에서도 자급자족 외 분야에서는 철저하게 욕망에 따라 소비됐다. 고대로부터 이어진 동서교역에서 가장 핵심적인 상품에 해당했고 훗날 그 주된 교역로에 그 이름을 붙이기까지 한 비단이 과연 꼭 필요한 상품이었을까.

유럽인들로 하여금 대륙을 돌고 돌아 험난한 바다를 뚫고 오게 만들었던 향신료는 또 어떠한가. 향신료가 과연 유럽인들의 식탁에서 당장 없으면 안 될 필수 불가결의 상품이어서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 그 먼 거리를 항해했던 걸까. 심지어는 말, 그리고 가축과 함께 유목 생활을 하던 유목민족이나 아프리카 부족에게도 이러한 상품들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근방에서 구할 수 없고 모두가 원하는 상품을 가지거나 아랫사람에게 베풀어 주는 것은 지도자의 위신을 드러내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욕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욕망을 소비하는 소비자를 비난하게 된다. 2000년대 초반에 스타벅스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을 비난하기 위해 붙였던 '된장'이란 수식어를 생각해보라. 이와 마찬가지로 2000년 전, 로마 시대의 세네카는 로마 시민들의 비단에 대한 열광에 대해 "비단 옷은 몸매가 드러나기에 옷을 안 입은 것이나 다름없고 방탕함을 부른다"고 비난했다. 참으로 재미있게도 이러한 비난은 소비자층이 확산되고 나서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욕망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욕망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이고, 그 욕망이 예술을 만들었고 경제를 발전시켰으며 혁신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태들은 욕망에 대한 소비로 표출되고 움직인다. 그렇기에 욕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사람을 이해할 수 없고, 사회를 이해할 수 없고, 경제를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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