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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사람과 법 이야기] '신호'와 '소음'

입력 2020.07.0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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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의 세계에서
피고인의 자백이라 하더라도
100% 유죄증거 될 수 없어
허위·강요에 의한 것 걸러내야

투자의 세계에서
정보의 복잡한 소용돌이 속에서
거짓정보 '소음'에 혹하기 쉬워
의미있는 '신호' 가려낼 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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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 처벌이 두려워서 있지도 않은 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판사님께서 제 무고함을 밝혀주세요." 법정에서 왕왕 듣게 되는 피고인의 변명이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한 번이라도 자백했다는 사실은 통상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해 유죄 판결로 연결된다. 부인해 봤자 거짓말로 죄를 모면하고자 하는 술책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고한 사람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허위 자백을 하는 일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최근 재심 무죄 판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허위 자백을 잘못 보고 무고한 사람을 징역 보냈다가 훗날 오판이었음이 밝혀진 일도 있었다.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허위 자백으로 인한 오판 사례는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고 한다. 법률 실무가인 필자의 감각 역시 이와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검사는 법정에 서 있는 '피고인이 바로 진범'이라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유죄 증거 중 하나로 '자백'을 제출한다.


형사재판은 혹여 생길 수도 있는 오류를 고려해 자백의 증거 가치를 따지는 절차다. 자백을 한 자 중에 실제 진범이 아님에도 허위 자백을 하는 사람이 섞여 들어가 있을 오류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는 말이다.

그래서 자백은 강력한 유죄 증거이기는 하지만 늘 그렇지 않을 여지가 있다. '자백'이라는 증거가 고스란히 100% 피고인의 유죄로 연결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증거가 유죄를 입증해 줄 정확한 신호인지, 아니면 유독 그 상황에서는 일단 무시해도 좋을 소음인지를 분간할 수 있어야만 잘못된 판단을 줄일 수 있다.

혹간 간과하고 있는 일이지만 증거·정보의 정확도와 오류율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일은 우리 일상사 판단과 선택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우리는 출근할 때 우산을 준비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아침 일기예보를 참고한다. 요즈음에는 일기예보 적중률이 꽤 높아졌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때론 오보로 인해 불편을 감수하는 일도 왕왕 발생한다.


일기예보가 실제 몇 시간 뒤 날씨와 언제나 그대로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기예보의 정확도는 우리 예측의 적중과 그로 인한 생활의 편의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기예보는 그래도 비교적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판단과 선택은 여러 가지 긍정적·부정적 요소를 두루 저울질한 연후에나 가능한 것도 많고, 그 선택에 따른 상대적 대가의 차이가 매우 큰 것도 있다. 직업이나 장래 배우자감 선택이 그렇다. 이것은 단 한 번뿐인 인생 여로의 색깔을 완전히 달리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결단에 해당한다. 이 갈림길 앞에서 갈 길을 정하기 위해서는 잠복해 널려 있는 여러 상충하는 요인을 잘 가려봐야 한다. 잘못되더라도, 장고 끝에 둔 악수지만 그래도 운명이려니 하며 위안으로 삼는 사람도 많다.

확실히 우리는 복잡한 정보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심을 잡아 정확한 판단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존재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무수한 오류를 범하며 살고 있고, 그 오류는 고스란히 큰 손실로 이어져 삶을 지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어떤 종목의 주식을 고르거나 매수·매도 시기를 포착해야 하는 일을 보자. 아침에 일어나 방송을 보니 미국 주가지수가 올랐다. 이 정보를 토대로 우리 시장도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매수 포지션을 취했다가 낭패를 본 일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그래서 투자에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여러 복합적 정보를 예민하게 따져야 한다고 했다. 정 모르겠으면 돈을 들여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기까지 한다. 노력 끝에 난맥으로 얽혀 있는 거짓 정보, 소음을 헤치고 정확한 신호를 간신히 포착했다고 치자. 하지만 정작 스스로와의 심리 싸움에서 끝내 이기지 못한 채 막판에 눈이 멀어 엉뚱한 헛수를 두는 일도 허다하다. 이런 판단자 변수 때문에 예측은 번번이 빗나가고 결국 길을 잃어버려 헤매곤 하는 것이다.

우리를 혼미로 빠뜨리려는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이다.


더 나쁜 소식은 가짜를 가릴 내 눈과 귀가 너무 어둡고, 그래서 나 역시 가짜 편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세상사가 그렇고 내가 그럴진대, 진상을 가려 주는 전쟁터, 법정의 눈이라도 더 밝아야 세상이 좋아질 듯해 보인다. 법정의 진실 발견 기능 개선과 좋은 재판을 기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상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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