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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사람과 법 이야기] 코로나시대의 소확행

입력 2020.08.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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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필수품이 된 마스크
덕분에 잔병없이 환절기 보내

원격수업도 무사히 마쳐
얼굴 못 본 학생들과 '번개'
직원들에 제때 월급 주고
함께 나눈 소주 한잔에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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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 시작되는 주말이다. 여름휴가철의 한가운데에 놓인 오늘.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 때문인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 시절을 보낸다. 이 8월이 끝나는 무렵이 되면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그사이 어떤 일들로 번잡했고, 또 못다 한 아쉬운 일들은 무엇인지 짚어볼 여유를 가지고 싶다. 다가올 가을과 겨울은 이전 계절보다 조금이나마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되돌아볼 때 올해 상반기에 벌어진 코로나19 상황은 기억이 미치는 한에서는 가장 예상치 못한 생활의 변화를 초래했다고 느낀다.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사무실에서조차 마스크를 준비해 쓰고 지내야 하는 일이 일상이 돼버린 것은 그 일례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는 것은 큰 결례를 범하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이 마스크 쓰는 문제를 가지고 정치적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은 우리로서는 정말 어이없어 보인다.


스스로 건강관리를 잘 못하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 채 일상생활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재채기라도 할라치면 따가운 눈총을 받기 일쑤다. 건물 출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하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됐고 손 씻기도 일상화됐다.

그 때문인지 환절기면 어김없이 찾아오던 유행성 질병이 온데간데없어져 동네 병원의 수입이 줄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사라져버린 것도 우연의 일치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올해 잔병치레 없이 환절기를 넘긴 것은 참 다행이었다.

필자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사실인정론이라는 강의를 겸임교수로 담당하고 있는데 감염병의 여파는 여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봄 학기는 이 강의를 영상으로 진행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여러 미흡한 점이 있었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은 학생들이 진지하게 강의에 임해준 덕분에 온라인 기말시험에 이르기까지 무사히 한 학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강의실을 오가면서 소모되는 시간과 체력을 줄일 수 있었다. 그랬기에 강의 자체에 집중하는 힘이 좀 남아 있었던 것이다.


비대면 강의가 준 예상 밖의 혜택이었다.

걱정과는 달리 시험 답안에서 확인된 학습 성취도는 예전과 차이가 없었다. 파일로 전송돼 온 답안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듯 읽어가다 보니 열심히 공부해준 그간의 정성들이 기특해 보였다. 그래서 최종 학점을 입력하고 한 학기 학사일정을 마무리한 바로 그날, 저녁 모임 번개를 쳤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의 온기가 필요했나 보다. 한 학기 내내 컴퓨터 화면으로만 보던 얼굴들을 실제로 마주하면서 서로 좋아했던 그날의 식사 자리는 화사한 감동 그 자체였다고 말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속에서 그나마 소소한 행복감을 느낀 날이었다.

질병에 대한 걱정,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 영상 강의로 인한 불편함. 이런 부담과 불편을 감수하면서 소확행을 말하는 것은 분위기를 잘 모른다는 비난을 받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수명이 주어져 있는 한에서는 일상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 어려움을 재치로 웃어넘기는 편이 어떨까. 살아서 버틸 힘을 일상의 작은 행복 속에서 찾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위기와 변화, 새로운 환경에 처하면 오히려 차분하게 대처하면서 적응을 잘하는 힘이 있다고 필자는 감히 믿고 있다. 우리 사회 내부적으로는 여러 갈등과 시빗거리로 내내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는 하다. 그 때문에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등 자학하기도 한다. 하지만 큰 위기 상황에서는 결이 좀 달라진다. 누가 꼭 시킨 것도 아닌데 공동선에 대한 합의를 용케 이뤄내 위기를 잘들 극복해낸다. 코로나19 상황 앞에서 월등한 대처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재정 여건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듯하다. 확실히 사람들이 여유롭게 변호사 사무실을 찾기에는 경제위기 여파가 큰 것이다. 지난 25일은 월급날이었다. 그래도 미루지 않고 제때 직원 월급을 다 주고 나니 한시름을 놓았다. 그날 저녁 격려를 안주로 삼아 직원들과 나눈 소주 한잔이 더없는 일상의 작은 행복이 돼 가슴 한 자리에 남았다.

[김상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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